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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 '선거 없는 선거정국' 정계개편의 해 떠올랐다


입력 2019.01.02 00:00 수정 2019.01.04 16:34        정도원 기자

文대통령 집권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 없는 해

2·27 한국당 전당대회와 4·3 재보선이 변화 축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의 방향과 윤곽 드러날듯

文대통령 집권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 없는 해
총선 앞두고 정계개편 등 긴박한 움직임 있을듯


2019년 새해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해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그 어느 해보다 긴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기가 일출을 배경으로 날아오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9년 새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해다.

일반적으로 '선거 없는 해'는 국정과제 추진의 적기로 여겨진다. 인기 없는 개혁정책도 표심을 의식하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다. 집권 3년차는 정권의 동력이 제대로 기능하는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권 3년이 되도록 총선을 치르지 못한 것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과제 추진에는 입법적 뒷받침이 절실한데,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여소야대 의석 구도에는 변화가 없다.

집권 세력은 원내에서 안정적인 우호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야권은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집권 세력과 1대1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각각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없는 해이지만 마치 '총선정국'에 이미 들어선 것처럼 다양한 정계개편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27 한국당 전당대회, 4·3 재보선이 변화 축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의 방향과 윤곽 드러날듯


새해 2월 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상반기 정국을 움직이는 하나의 축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의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올해 상반기 정국을 움직이는 양대 축은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4·3국회의원 재·보궐선거다.

오는 2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당 전당대회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의 방향과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국당에 중도개혁 성향의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보수파 의원들을 향한 인력이 강해진다. 중도개혁 새 지도부의 쇄신 조치로 정치적 명분이 마련되면 바른미래당 보수파 의원들의 한국당으로의 추가적인 이탈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보수파의 한 의원은 "지금은 움직일 시기가 아니다. 한국당이 '도로친박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나서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판단되면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서 옛 바른정당 출신 보수파 의원들이 나갈만큼 다 나가게 되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분당했던 원인이 사라지는 셈이 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재결합하는 '어게인 국민의당'이 연쇄적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바른미래당 핵심중진의원은 "(나갈 사람이 나가게 되면) 민평당과 다시 합치는 것은 기본 아니냐"고 되물었다. 민주평화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핵심 의원도 "당을 깼던 안철수 (전 대표)도 사라지고 호남 정신에 맞지 않는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없어진다면 나뉘어져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어게인 국민의당' 추진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존재다. 평화당 일부 의원들은 "보수로 가려고 당을 깼던 안철수 전 대표와는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며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 '배신자'로 찍혔기 때문에 같이 정치를 할래야 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안철수 전 대표가 굳이 '어게인 국민의당'으로 돌아올지 여부도 미지수다. 이 경우 '어게인 국민의당'은 순수한 비문 계열의 호남 정치 세력 통합의 형태를 띌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 일부 의원들은 정계개편의 와중을 틈타 무소속으로 이탈해 자유로운 신분이 된 뒤, 민주당의 문을 노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손금주·이용호 의원이 연말에 전격적으로 민주당 입당을 하면서, 개별 입당의 문이 열렸다"며 "선례를 따르고자 노리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한국당에서 원내대표 경선의 여세를 몰아 옛 친박 성향의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바른미래당의 보수파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복당할 정치적 명분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이미 원내대표 경선 결과로 이러한 문제가 일부 발생했다. 한국당 출신으로 당에서 이탈해 있는 한 의원은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다시 돌아가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경우에는 어떤 성향의 지도부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한국당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 새 지도부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복당파는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당원들의 정서'라고 주장하며 불이익을 주려 시도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비박반문'의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4·3 재보선, 2석에 불과하지만 PK 민심 시금석
성적표 따라 민주·한국 지도부에 미칠 영향 커


새해 4·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의석은 2석에 불과하지만, 정치권에 미칠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과정에서 4·3 재보선은 이정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3 재보선은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와 경남 통영·고성 재선거로 치러질 것이 확실시된다. PK(부산·울산·경남) 권역에 국한된 2석 '미니 재보선'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의미와 후폭풍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창원성산은 진보정당 강세 지역이다. 권영길·노회찬 전 의원이 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그런만큼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이 당선되면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한국당 후보를 넘지만, 각자 출마해서 한국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총선을 앞두고 '촛불개혁연대' 주장이 되살아날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쿠키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설문한 바에 따르면, 다자대결을 전제로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강기윤 자유한국당 예비후보가 36.3%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여영국 정의당 예비후보(24.8%), 권민호 민주당 예비후보(14.1%), 손석형 민중당 예비후보(5.2%), 이재환 바른미래당 부대변인(3.8%)이 쫓는 양상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통영·고성은 한국당 강세 지역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군현 전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됐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다가올 4·3 재선거는 PK의 민심의 민주당으로의 변심이 여전히 유효한지, 아니면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서는지를 확인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안철수·유승민 움직임도 정계개편 영향받을 듯
하반기에 총선 대비한 '퍼즐 짜맞추기' 본격화


4·3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패배한 정당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튿날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발표하며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교롭게도 재보선이 걸린 2석이 한국당 강세 지역구 1석과 진보정당 강세 지역구 1석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종합 성적표'의 의미도 크다.

민주당이 2승을 하거나, 민주당과 친(親)민주당 정당이 2석을 석권하면 한국당에는 비상이 걸린다. 당장 2·27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새 지도부는 2개월도 안돼 흔들리게 된다.

PK에서 2석을 모두 잃었다는 것은 새 지도부 '얼굴'로는 내년 총선도 치를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당 밖에 머물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주가가 다시 한 번 오르면서 총선 전까지 '반문연대'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PK 출신인 안철수 전 대표의 가치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든 한국당 자체 역량만으로 선거를 치렀을 때 'TK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선다면, 앉아서 망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통합의 다양한 시도가 불붙을 것은 분명하다.

경제정책의 부작용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긴장하던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총선에서도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공천 싸움이 살벌해진다. 지도부는 굳이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지역위원장을 둘러싼 분란을 일으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개별 입당 이후 '샛문'이 다시금 닫히게 되는 셈인데,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과 민주평화당은 '호남의 정치적 경쟁 구도 유지'를 내걸면서 호남 정치 세력 통합을 꾀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한국당이 2승을 하면, 지난해 8·25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이해찬 체제'는 7개월여만에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재보선 패배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는 결국 정권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그간 일방적으로 수직적 관계를 띄고 있던 당·청 관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경제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며, 총선을 의식한 경기 부양과 SOC 예산 투입 확대 등에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은 "그것 보라"며, '촛불개혁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의 낙승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즐겁지 않은 흐름이다. 한국당이 계속해서 위기 상황이어야 '조원진부터 안철수까지'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힘을 받을텐데, 외부 수혈 없이도 민주당과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당외주자들의 가치가 낮아진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유 전 대표가 복당하지 않아도 총선을 치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복당은 정말 어려워지게 된다. 한국당 일각의 복당 반대를 뚫기도 어렵고, 유 전 대표도 굳이 명분도 없고 반대 목소리까지 있는 마당에 돌아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중진의원은 "유승민 전 대표가 당을 정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구에서 장렬히 전사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후일을 기약하는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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