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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의 늪…거세지는 금리 인하론


입력 2019.05.31 16:05 수정 2019.05.31 16:22        부광우 기자

'비둘기파' 날개 편 조동철 금통위원 "기준금리 내려야"

경제 지표 악화에 커지는 압박…1540조 가계부채 '부담'

'비둘기파' 날개 편 조동철 금통위원 "기준금리 내려야"
경제 지표 악화에 커지는 압박…1540조 가계부채 '부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마침내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금리 인하론은 더욱 거세지게 됐다. 한은이 아직 통화정책을 바꿀 때는 아니라고 못 박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경기 부진은 기준금리 조정 압박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경우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국내 가계부채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측면은 여전히 부담 요소다.

한은은 31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 후 지금까지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같은 결정이지만, 금통위 내부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었다. 이날 조동철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올해 열린 모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 결정을 내려오던 금통위에서 처음으로 이견이 나왔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은행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은행

◆"낮은 인플레이션 우려"…예고된 소수의견?

조 위원은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금통위원으로 꼽힌다. 이번 소수의견에 앞서 조 위원은 한국 경제의 낮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이번 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지속적인 장기 시장 금리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염려했다. 그리고 장기 금리 하락이 계속되면 통화정책의 영역이 축소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하 소수의견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멀지 않은 시점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시그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연합뉴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연합뉴스

◆떨어진 성장 동력…경상수지 발표 '주목'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는 배경에는 점차 짙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역성장 쇼크가 벌어진 경제 성장률이 결정타였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이 같은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흐름에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추면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는 평이 나왔다.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기 위한 중요한 명분 중 하나가 경제 성장률 유지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역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 2.6%에서 2.4%로 낮췄다.

국내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져 가는 가운데 조만간 발표될 경상수지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83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오며 그나마 우리 경제의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면 충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 등 계절성 요인이 집중되며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은 1540조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연합뉴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은 1540조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연합뉴스

◆천문학적 가계 빚·대외 불확실성 '암초'

이처럼 경기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문제는 가계부채다. 금리가 떨어지면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더욱 키울 수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은 1540조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로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3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22조8000억원)와 전년 동기(17조4000억원)에 비해서는 축소됐다.

불안한 글로벌 경제 여건도 기준금리 조정에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도리어 심화 양상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로서는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한은도 이에 대해 경계의 신호를 보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겠지만,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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