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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어스필드가 사이영상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19.07.14 00:02 수정 2019.07.15 07:0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로테이션 조정 없다면 이달 말 등판 불가피

사이영상 수상자 대부분 구장 불리함 이겨내

로테이션 조정이 없다면 이달말 쿠어스 필드 등판이 불가피한 류현진. ⓒ 게티이미지 로테이션 조정이 없다면 이달말 쿠어스 필드 등판이 불가피한 류현진. ⓒ 게티이미지

LA 다저스 류현진의 후반기 등판 일정이 공개됐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각), 펜웨이 파크에서 열리는 ‘2019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원정 경기에 후반기 첫 시동을 건다.

전반기 10승 2패 평균자책점 1.73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선발 투수들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로 인해 류현진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반기 막판 무섭게 치고 올라온 사이영상 3회 수상 경력의 맥스 슈어저가 있기 때문이다. 슈어저는 9승 5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전반기를 마감했고, 압도적인 탈삼진(181개, 전체 1위) 능력을 선보이고 있어 훨씬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류현진 입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7월말 예정된 콜로라도 원정 3연전이다. 장소가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이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쿠어스필드의 천연적인 조건은 투수들의 공을 무뎌지게 하는 원인이며, 반대로 타자들의 힘을 북돋아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류현진 역시 쿠어스 필드서 참혹했다. 지난 6월 콜로라도 원정 마운드에 올라 4이닝 9피안타 7실점의 시즌 최악 투구를 펼친 것을 비롯해 개인 통산 1승 4패 평균자책점 9.15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로테이션 순서대로라면 류현진은 콜로라도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책임지게 된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후반기 임시 선발 투입을 예고하면서 일정 변경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 상황이다.

류현진이 로테이션 변경 없이 쿠어스 필드 마운드에 다시 오른다면 큰 부담을 안을 전망이다. 지난 경기에서처럼 부진하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사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 상승은 사이영상 레이스에서의 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 특히 경쟁자인 슈어저가 올 시즌 쿠어스 필드에 등판하지 않아 이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사이영상 수상자 및 후보들의 쿠어스 필드 등판 기록. ⓒ 데일리안 스포츠 지난 10년간 사이영상 수상자 및 후보들의 쿠어스 필드 등판 기록. ⓒ 데일리안 스포츠

쿠어스 필드는 사이영상에 영향을 미쳤을까.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 출신 투수들은 단 한 번도 사이영상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표를 받은 경우도 전무했다. 가히 ‘투수들의 무덤’이라 할만하다.

서부지구 소속 투수들은 아무래도 쿠어스필드 등판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고 중부·동부지구 쪽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투수들에게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서부지구에는 다저스타디움과 오라클 파크(샌프란시스코), 펫코 파크(샌디에이고) 등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사이영상을 받을 정도의 특급 투수라면 쿠어스 필드의 악조건을 뛰어넘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사이영상에 MVP까지 받았던 2014년의 클레이튼 커쇼는 쿠어스 필드 2경기 13이닝동안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 그해 만장일치 표를 이끌어냈다.

아주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이영상은 22승 6패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한 제이크 아리에타의 몫이었다. 하지만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 역시 19승 3패 평균자책점 1.66로 매우 뛰어났고, 아리에타가 1위표 17장(총 169점), 그레인키도 10장(총 147점)으로 투표 결과가 나왔다.

희비가 갈린 결정적 요인은 바로 그레인키의 쿠어스 등판 성적이었다. 그해 6월 콜로라도 원정길에 올랐던 그레인키는 시즌 최다 피안타(10개)를 허용하는 등 6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며 1.48이던 평균자책점이 1.97로 크게 뛰어올랐다. 반면 중부지구 시카고 컵스 소속이었던 아리에타는 쿠어스 필드서 등판하지 않아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레인키가 쿠어스 필드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시즌 20승을 채우며 투표의 향방도 오리무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는 정반대의 경우다. 제이크 디그롬은 콜로라도 원정서 8이닝 1실점으로 호투, 쿠어스 필드 등판이 없었던 맥스 슈어저를 압도하며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결국, 쿠어스 필드를 피하는 것보다 뛰어넘는 게 사이영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 셈이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향후 등판일정을 살펴봐야 하지만 쿠어스 필드 등판을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돌파해 자신이 사이영상의 주인임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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