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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⑦] '서울집값 잡았던' 오세훈, 대권 직행이냐 경유냐


입력 2020.07.30 05:30 수정 2020.07.30 07:1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핵카드·안심소득제…당초 2022 대선 정조준

최근 부동산 '화력 집중'…무게중심 '투 트랙'

직접 나설 가능성,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나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미래통합당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받도록 규정한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통합당의 대선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7월 12일부터다. 우리나라 적통(嫡統) 보수정당의 대권 레이스가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흥행과 감동, 확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선후보 경선을 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이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기류로 볼 때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당헌에 정해진 것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4·15 총선 당시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원유세를 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4·15 총선 당시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원유세를 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서울 광진을 분패(憤敗)의 충격을 딛고, 빠르게 정치적 재기의 수순을 밟고 있다.


총선 한 달 뒤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은 '오세훈 대 고민정'이 아니라 '오세훈 대 문재인'의 대결이었다"고 규정한 뒤, 보폭을 부쩍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국회 미래혁신포럼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이어 야권의 '잠룡'으로는 두 번째로 특강을 가졌다. 22일에는 초선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 초청받았다.


특강에서 '핵카드'나 안심소득제 등 국가적 아젠다를 잇달아 던졌던 것은 2022년 대선을 정조준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오세훈 전 시장은 여전히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1961년생으로 어느덧 이순(耳順)이 됐다.


1993년 만 32세의 나이에 대기업을 상대로 일조권 소송을 제기한 젊은 변호사는 2000년 만 39세에 정계에 입문,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초선인데도 '오세훈법' 등 정치개혁에 혁혁한 성과를 남겼다.


당의 요청으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만 49세인 2010년에는 재선 고지에 등정했다. 그러나 이듬해 대한민국을 덮쳐오는 포퓰리즘의 쓰나미 앞에 버티고 섰다가 휩쓸리며 시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정치인생의 황금기여야 할 50대가 통째로 공백기가 된 것이 뼈아팠다. 나이로 보면 이제 대권을 정조준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대로,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터졌다.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야권에서 다양한 후보가 거론되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에 도전하느냐, 바로 대권으로 직행하느냐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대권에 직행한다고 하면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오세훈이 서울에서 먹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역할'이 요구될 수 있다. 오세훈 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했던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우호적인 후보가 서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방식 등으로 자연스레 공간을 열 수 있다.


반면 오세훈 전 시장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다.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 연패했기 때문에, 대선에 앞서 일단 선거 연패의 사슬을 끊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정치인생에서 50대가 공백이 됐기 때문에, 청년층이 오 전 시장이 어떤 사람이며 구체적으로 뭘했는지 잘 모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연령대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 전 시장은 60대 이상에서는 7.5%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50대(5.2%)·40대(2.6%)·30대(2.1%)로 내려올수록 점점 낮아져 20대 이하에서는 1.1%에 머물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라며 "뭐가 잘났는지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서 젊은층 지지율 저조…'디딤돌' 딛을까
연말까진 속내 안 드러낸 채 묵묵히 정책행보할 듯
분양 관련 '3종 세트'에 '반값아파트' 정책 재조명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대권 직행보다 서울시장 '경유'를 염두에 두더라도 당장 본인이 손들고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인터넷매체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오 전 시장의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에 대해 "이미 두 번이나 (서울시장을) 하셨던 분"이라며 "스스로 사표 쓰고 나오신 분 아니냐"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서울 광진을처럼 선거 자체가 어려워서 아무도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괜찮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치명적 하자로 판이 열려서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인지 통합당 안팎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이 많다.


통합당 관계자는 "원내에서는 4선의 권영세·박진 의원, 원외에서는 오 전 시장 외에도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김용태·이혜훈·김선동·오신환·지상욱 전 의원이 거론된다"며 "당밖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데려와 후보로 세우자는 주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먼저 나서기도 어렵다. 묵묵히 정치 행보를 계속하다가 민주당의 후보군이 구체화될 때쯤 공간이 열리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는 우상호·박주민 의원과 추미애 법무장관·박영선 중기장관 등이 거론되는데, 후보군이 구체화되면 '가상대결 여론조사'가 본격화할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의 여파가 커서 누가 나가도 될 것 같지만,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그렇지 않다"라며 "서울이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돌려봤을 때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우위를 보일만한 후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통합당 초선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지역구가 부산이지만 부산시장 선거를 지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서만큼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장 선거를 지면 그 다음 해의 대선도 치르나마나"라고 단언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또다른 통합당 초선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를 지면 대선을 이기기 어렵다"라며 "서울시장 선거를 지면 당을 해체하겠다는 각오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각오라면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열세인 후보를 내기는 어렵다. 김종인 위원장도 오 전 시장의 출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막상 선거 때가 되면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공천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대권 직행과 서울시장 경유 중 어떤 길을 오세훈 전 시장이 걸어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오 전 시장의 메시지에서 감지되는 '무게중심'의 변화를 보면, '투 트랙'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이 지금까지 내놓은 메시지는 '핵카드'와 안심소득제 등 주로 국가적 아젠다였다. 그런데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부동산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권역의 최대 현안으로 담론의 무게중심이 걸쳐졌다는 지적이다.


'박원순 시정' 10년의 역사는 곧 서울 부동산 정책파탄의 역사였다. 특히 문재인 정권과 겹치는 '박원순 시정' 후반부 3년은 서울 집값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대로 '오세훈 시정'은 서울 부동산 가격이 가장 안정됐던 시기였다. 오 전 시장은 뉴타운 등으로 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3종 세트'라 불리는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아파트 후분양제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아 집값을 잡았다.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에는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기도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29일 페이스북에 "집값 폭등의 주범은 미래통합당"이라는 '뒤집어씌우기'를 시전했지만, 보수정당이 정권과 서울 시정을 잡고 있던 시절에 서울 부동산 시세가 안정됐다는 것은 국민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 전혀 울림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인용한 MBC '스트레이트' 보도는 2014년 국회에서 통과된 몇몇 법안들이 수도권 집값 폭등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전 의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으로 논의하기도 했던 박 전 의원은 분양대행업자로부터 2억78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의 '부동산 뒤집어씌우기'에 가장 최전선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는 최적임자는 단연 오세훈 전 시장일 수밖에 없다.


오 전 시장도 지난 15일 "임대차 3법도 본질은 규제라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한다. 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의 법칙을 무시한 대책 남발에 시장의 반격이 이어지는데도, 지난 3년간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고집이 무섭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 20일에는 "이 정부는 초지일관 돈 푸는 정책에 올인하면서, 그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도록 했다"며 "부동산 투전판은 당신들이 만들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재앙적 무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의 '파이팅' 속에서 대권 직행과 서울시장 경유,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는 '투 트랙'의 기조가 읽힌다"며 "연말까지는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권 직행이냐, 서울시장 경유냐. 오 전 시장이 '가지 않은 길'은 어느 길이 될 것인가에 따라 대권 구도를 포함한 정치 상황이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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