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1%로 떨어진다" 초저금리 전망 확산
저물가 걸림돌에 경기 부양 기대 '의문부호'
"조만간 1%로 떨어진다" 초저금리 전망 확산
저물가 걸림돌에 경기 부양 기대 '의문부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끌어 내렸지만, 시장에서는 조만간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관측이 현실화하면 기준금리는 1.00%까지 추락한다는 얘기로, 이는 우리나라 금융 시장이 겪어보지 못한 초저금리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가 제대로 된 경기 부양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미 천문학적으로 불어나 있는 가계부채만 다시 꿈틀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전날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한은의 기준금리 기조는 완연히 인하 쪽으로 꺾어선 모습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7월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하 쪽으로 바뀐 상태다.
◆"이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 내 추가 인하"
그럼에도 시장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벌써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이제 올해 기준금리를 다시 건드릴 수 있는 한은 금통위가 다음 달 말 한 차례밖에 남지 않아 연내 추가 인하는 어렵겠지만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반년여 내에 기준금리 1.00%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금융 시장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하락을 점치는 관측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는 반증이다. 시중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유지하거나 활성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가 기준금리 인하여서다.
이번 기준금리 조정의 주요인으로는 갈수록 고꾸라지고 있는 성장률이 꼽힌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수출 위축과 이에 따른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최근 2.2%까지 내려잡았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도 달성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5일 국제통화기금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보다 0.6%포인트 낮춘 2.0%로 하향했다.
지난 7월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수정 발표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2.9%로 3%대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했지만, 같은 해 7월 2.8%에 이어 석 달 뒤인 10월에는 2.7%까지 하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엔 2.6%, 4월엔 2.5%로 잇따라 예상치를 낮춘데 이어 또 다시 0.3%포인트 내린 경제 성장률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분명하게 시사한 만큼, 내년 1분기 중 추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런 예상의 핵심 근거"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망한다"며 "최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사이의 스몰딜 내용에 관세 철회가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펀더멘털 개선에 영향이 미미하고, 추가 협상까지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4월에는 금통위원 4인의 교체가 예정돼 있고 같은 해 8월에는 한은 부총재인 윤면식 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인사 이슈가 존재할 시 그 시기 내외에 정책 조정을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1분기 중으로 판단하며, 곧 기준금리 1.00%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에 대해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 분쟁 지속과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지난 7월의 성장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대 인플레이션 저하에 효과 무뎌질 수도"
관건은 기준금리 인하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심화하고 있는 저(低)물가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단지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영향을 넘어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마저 무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자칫 경기 침체를 장기화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얼마 전 신인석 한은 금통위원이 제기한 경고는 이런 우려를 담은 공식적인 메시지다. 신 위원은 지난 달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 추가 하락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추이를 고착 내지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0.4%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은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우리나라의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1%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신 위원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통화 당국의 금리 정책 무력화 위험을 들었다. 이어 이 같은 리스크가 소비 심리 위축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하락할 경우 금리 정책의 무력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며 "이러면 경제가 일시적인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균형 상태로 복귀시키기 곤란해지고, 그 만큼 장기 침체의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되는 경기 부양 효과에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당장 우려스러운 면은 가계 빚을 둘러싼 역풍이다. 가뜩이나 대출 이자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면 부채 수요는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은행들의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2%로, 2001년 9월 통계 편제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 와중 올해 상반기 말 가계신용은 1556조1000억원까지 불며 역대 최대 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이 총재는 앞으로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기준금리를 조절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금융 안정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며 "이런 점에 유의해 그 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금리가 기조가 이어지면 부동산이나 위험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큰 폭의 통화 완화 정책을 채택한 대부분 국가들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국내에도 그런 가능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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