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초유의 '1박2일' 집회..."조국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이슬비 내리는 궃은 날씨에도 시민들 자리 지켜
‘보수 통합’ '공수처 반대' 목소리도 쏟아져
이슬비 내리는 궃은 날씨에도 시민들 자리 지켜
‘보수 통합’ 촉구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조국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25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과 인근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문재인 하야’ ‘공수처법 폐지’ '정치판사 OUT' 등의 피켓을 들고 집권세력을 비판했다.
‘불금’을 맞은 광화문 일대는 퇴근시간과 맞물려 한 때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몰려드는 인파에 경찰이 세종대로 통제에 나서자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간 섬’ 위 아래로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띠를 이뤘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슬비가 내리는 궃은 날씨에도 일회용 비닐봉지·손수건 등으로 머리를 싸매며 자리를 지켰다. 몇몇 연사들이 ‘소리를 질러 체온을 끌어올리자’고 할 때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로 있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주최한 이번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홍준표 전 대표·심재철 의원·김진태 의원·이언주 의원·강효상 의원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범투본은 지난 개천절·한글날 광화문 집회를 주최한 단체이기도 하다.
개회사를 맡은 소설가 이문열은 “이번 조국 사태부터 시작해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 국민이 전부 어느 한쪽에 쏠려있는 게 아니다”며 “많은 사람들이 여기 오지 못하고 서명도 못했지만,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이번 집회에) 동의한다는 걸 알려주려고 나 혼자 왔다”고 말했다.
연사로 나선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관련해 ‘합법적 불공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문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직한 거짓말쟁이’ ‘처녀 남자’가 말이 되느냐”며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조국을 살려내고자 했던 문재인을 끌어내자”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문 대통령을 ‘분열의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오 전 시장은 “북핵 폐기 실패로 통일에서 멀어졌다”며 “대한민국을 영원히 남북으로 갈라놓은 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놓았다. 반쪽, 아니 반의반쪽 대통령은 물러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뭉쳐야하지 않겠느냐”며 보수통합 촉구
한국당 의원들, 공수처 반대 입장 재확인
분열된 보수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라 제기됐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집회장을 찾은 황교안 대표와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를 거론하며 “(국회의원) 배지를 단 거대 정당 의원들과 고관대작들은 왜 나서지 않느냐. 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제는 뭉쳐야하지 않겠느냐”며 보수 통합을 촉구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제1야당으로서 다른 모든 분들과 함께, 국민과 함께, 여러 야당들과의 통합·연대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넘어 3분의 2로 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홍 대표는 보수 통합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사람들은 단죄되어야 한다”고 해 결을 달리했다.
아울러 이날 집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전 세계에서 공수처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중국과 북한뿐이라며 “중국의 국가 감찰위원회·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같은 공수처는 정적을 제거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언주 한국당 의원은 집권세력이 “검찰개혁을 한다고 해놓고 검찰개혁을 막아서고 있다”며 “(문 정권이) 검찰을 장악해서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지배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한민국은 공포국가로 전락하고 지금까지 발전시킨 자유민주주의는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집회 전 기자와 만나 공수처를 ‘붉은 악법’에 비유하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하에 공수처로 야당을 때려잡으려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범투본은 예정된 연사 발언이 끝난 뒤로 집회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을 통해 철야기도회를 이어갔다. 범투본 앞서 26일 오전 6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같은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