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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회장, 재임 때나 은퇴 후나 소탈했던 기업가


입력 2019.12.14 15:07 수정 2019.12.14 16:01        이홍석 기자

25년 그룹 이끌며 허례허식·사치 경계...신뢰 중시

조문·조화없는 비공개 가족장...마지막 가는길도 겸손

25년 그룹 이끌며 허례허식·사치 경계...신뢰 중시
조문·조화없는 비공개 가족장...마지막 가는길도 겸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LG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LG
14일 타계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평생을 소탈하고 겸손했던 기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LG그룹 2대 회장으로 25년간 그룹을 이끌며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으로 지냈지만 평소 의식대로 허례허식 없는 간소한 삶을 살았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끝없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연구하며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탈하고 겸손의 경영 방식을 고집했다.

실제 구 명예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외부 업무를 마친 후 단 10분이 남아도 꼭 회사로 돌아온 후 퇴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이를 거의 어기지 않았다.

또 몸이 좋지 않을 때 조차도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정을 바꾸지 않을 정도로 신뢰를 중요시 여겼다. 또 지방 공장을 방문하거나 외국 출장을 갈 때도 불필요한 의전 절차를 삼가도록 했는데 이는 회장이 먼저 모범을 보여 허례허식을 경계하는 생각에서였다.

이와함께 어떤 이유에서든 약속을 지키고 사치를 금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는 평소 비록 푼돈일지라도 사치나 허세를 위해 낭비하는 것을 큰 잘못으로 여기고 항상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으면서 이를 실천할 것을 강조해왔다.

구 명예회장의 이러한 소탈과 겸손의 리더십은 형제간의 우애와 근검한 생활을 중요시 하는 가통 속에서 특히 장남으로서 집안의 중심 역할이 가져야 할 ‘책임감’과 흐트러짐 없이 가족의 모범이 되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 영향이 컸다.

이렇게 구 명예회장에게 자리잡은 가치관은 경영활동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경영자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함을 유지해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의식을 강하게 가지게 하면서도 사람들을 소탈하고 편하게 대하는 마인드를 갖게 했다.

구 명예회장이 스스로 ‘상남(上南)’이라는 아호를 지은 연유는 문중에서 항렬이 낮지만 나이가 많은 그의 호칭을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LG그룹측의 설명이다.

‘상남’은 고향집 앞에 증조부인 만회 구연호 공이 놓은 작은 다리인 ‘상남교’에서 따온 것으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도랑을 치고 호롱불을 밝혀 붕어나 미꾸라지를 잡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이러한 소탈과 겸손의 마인드는 그가 경영 일선에 물러난 이후 평범한 자연인으로 살았을때도 지속됐다. 구 명예회장은 은퇴 후 충남 천안시 성환에 있는 연암대학교의 농장에 머물면서 은퇴 이후 버섯연구를 비롯해 자연과 어우러진 취미 활동에만 열성을 쏟으며 일상을 보냈다.

구 명예회장이 은퇴 후 머물렀던 연암대학교의 농장 내 사무실도 대기업 그룹의 명예회장이 사용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공사장이나 작은 상가의 사무실로 여겨질 만큼 수수하고 소박한 공간이었다.

은퇴 후 모교인 지수초등학교 후배들의 서울 방문을 직접 챙기기도 했는데 떠날 때는 사진을 같이 찍고 선물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또 어린 학생들이 장거리 여행에 지쳐 멀미할 것을 걱정하여 직접 멀미약을 챙겨준 것을 감사히 여긴 학생들이 감사 편지를 보내온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의 마지막 길도 소탈과 겸손을 보여줬다. 94세를 일기로 별세한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생전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들은 이날 고인이 입원 중 마지막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빈소를 마련했지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LG그룹은 별도 부고 광고를 내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LG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LG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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