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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조현아발 경영권 분쟁 발발하나...내년 3월 주총 주목


입력 2019.12.23 15:44 수정 2019.12.23 17:25        이홍석 기자

경영복귀 둘러싼 이견으로 불만 누적된 듯

남매간 분쟁 가능성 속 화합 여부에 관심

경영복귀 둘러싼 이견으로 불만 누적된 듯
남매간 분쟁 가능성 속 화합 여부에 관심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을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상속과 경영복귀 여부를 둘러싼 이견으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으로 향후 남매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 3월 주총을 앞둔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견제구를 날림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오전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원은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회사 경영권을 놓고 오너 남매간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관련 법규와 절차 준수를 강조하면서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입장 자료를 내고 "그룹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과 고객 및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경영과 관련 절차와 법규를 강조했다. 그룹은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부친 작고 이후 남매간 이견으로 누적된 불만 표출

재계에서는 이번 조 전 부사장의 입장 표명을 놓고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부친의 작고 이후 경영 복귀 여부를 놓고 남매간 이견을 보이며 누적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4월 ‘물컵 갑질’의 당사자였던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사건 14개월 만인 지난 6월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도 사실상 임박한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달랐다. 이를 두고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입장 표명으로 이견으로 인한 불만이 확인됐다.

조 전 부사장은 3남매 중 가장 활발히 경영에 참여해 온 인물이었지만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건 이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놨던 그는 3년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한 지 보름여만인 지난해 4월 '물컵 갑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후 오너 일가의 폭언 등 갑질 파문이 커지면서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또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5년째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가속화하는 한편 더 나아가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입장문에서 '공동 경영의 유훈'과 '가족간의 협의' 등을 거론한 것은 경영 복귀의 명분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제외되면서 더 이상 복귀가 미뤄지면 그룹 경영에서 아예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가 그룹 경영에서도 자신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가 3세 삼남매. 왼쪽부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조원태 회장 가족 설득 주목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조원태 회장 취임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던 오너가 3세들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남매가 비슷한 비율로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앞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각각 바뀌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거의 균등하게 상속되면서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경영권을 둘러싸고 남매간 분쟁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세 남매간에 누가 누구와 손을 잡는 결과에 따라서 경영권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조 회장의 취임 직후였던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 한진그룹의 관련 서류 제출이 늦어지면서 남매간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이 향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으로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며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내년 주총에서 그동안 그룹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우호지분 이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은 총 28.70%로 KCGI(15.98%)보다 많은 상황이기는 하다. 또 10%를 보유한 델타항공이나 계열사인 대호건설을 통해 지분 6.28%를 보유한 반도건설도 모두 우호세력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호지분이 이탈하면 장기적으로 자신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초기에 이를 다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문제와 함께 가족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느냐가 조 회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으로서도 아직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고 공식적으로는 동생이 회장으로 취임한 상태여서 전면전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조 회장이 설득해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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