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700여명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
안철수, 웃으며 등장해 가장 먼저 '큰절'
노트패드 통해 담담하게 입장문 읽어가
바른미래 분열에 사과·향후 행보 밝혀
19일 오후 5시 15분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귀국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E 게이트의 문이 열리자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등장한 안 전 대표는 1년 4개월 전보다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대국민 앞에서 큰절을 했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었고, 넥타이는 하지 않았다. 다만 흰 셔츠의 맨 윗단추는 푸른 채였다.
안 전 대표는 그의 정치 행보를 응원하는 한 일가족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8살·10살 된 아이들은 손수 적은 종이 편지도 건넸다. 안 전 대표는 아이들이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어 10m 옆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으로 이동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공항 이용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동선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 시작 전 바른미래당 의원·취재진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날 그의 귀국에는 안철수계 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임재훈 사무총장·이행자 사무부총장, 호남계 권은희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4차산업혁명의 대표주자답게 종이가 아닌 노트패드를 통해 준비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가장 먼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역시 제 책임이다. 저는 지난 1년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제가 왜 정치를 하려 했는가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상황과 관련해 "현 정권에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 과거지향적 정치와 국정운영이 자리잡고 있다"며 "그 반대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며 반사이익에 의존하려는 야당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간간히 지지자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그의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서는 "현 정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 폭주 저지하는데 앞장서겠다"며 "진영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새보수당이 논의하는 보수통합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보수통합 합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을 때는, 지지자들의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른바 '안팬'으로 불리는 안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귀국 예정시간 3시간 전부터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귀국 예정시간 1시간 전부터 그 수는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취재진과 지지자들 700여명(안철수 대표 측 추산)이 뒤섞여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 전 대표가 입국하는 공항 1층 E 게이트 뿐 아니라 2층까지 플래카드 걸어두기도 했다.
특히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쓰는가 하면 '정직한 안철수, 정직한 나라' 라는 문구가 적힌 초록색·하늘색(바른미래당 상징색)의 목도리를 걸치기도 했다. 또 '안철수님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 십여개를 일렬로 걸었다. 안 전 대표가 입장했을 때는 '사랑해요 안철수! 고마워요 안철수! 응원해요 안철수!'를 한 목소리로 연호했다.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밝힌 것처럼 중도노선으로 가야 한다는데 대체로 공감했다. 50대 남성의 한 지지자는 이날 공항에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정풍운동이 좋아 지지한다. 양극단 싸움만 하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며 "이제 이념도 벗어버리고 대한민국은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전국정당을 표방하면서 영호남은 문호를 개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 여성의 또다른 지지자는 "개인적으로 독자신당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지율이 더 나오더라"라며 "연대 등은 총선 때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질의응답 직후 지지자들에게 걸어가 악수를 하며 "감사하다"는 짧은 말을 건넸다. 퇴장할 때는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뒤엉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는 오는 20일 현충원을 참배하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현충원 참배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까지 모두 참배할 예정이다.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조만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