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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당' 명분 총대 멘 손혜원…정봉주 가세 가능성


입력 2020.02.26 08:23 수정 2020.02.26 08:4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여권, 비례당 필요성 언급하며 여론 떠보기

민주당과 ‘별개’라며 명분 쌓는 손혜원

‘부적격’ 정봉주 “정치판 바꿔야” 의미심장

진중권 “위성정당 용인은 대국민 사기극”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 ⓒ뉴시스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 ⓒ뉴시스

민주당 안팎에서 이른바 '비례민주당' 창당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강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비례의석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당 밖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용인해주자는 분위기다.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많은 당원들이 지금 의병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들이 봇물로 나오고 있다"며 "미래한국당의 선거법을 악용하는 반칙 행위를 폐쇄시키지 않고 그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민병두 의원은 "예측을 해보면 미래통합당이 비례에서 26석, 민주당이 6석, 정의당이 6석을 가져가고 나머지 5석은 기타 당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비례의석을 20석 밑지고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원내 1당을 빼앗긴다는 얘기"라며 비례정당 창당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 안팎으로 창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당사자로써 '위성정당' 창당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범진보진영인 정의당과의 관계악화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미래한국당 창당이 불분명했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은 없다"고 못박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창당 명분을 제시한 게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다. 민주당과 별개의 친여 원외세력이 창당을 하고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면 된다는 게 골자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여권의 주장대로, 친여 비례정당이 생겨 연동형 의석수를 챙겨간다면 미래한국당에 배분되는 의석수는 줄어들 수 있다.


최재성·윤건영·고민정 "문재인 탄핵 위기" 호소
'탄핵 막으려면 비례정당 필요하다'로 이어지는 명분구조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비례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제공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비례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제공

심재철 미래한국당 원내대표의 "탄핵 추진" 발언을 놓고 여권 인사들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최재성 의원과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세력의 탄핵 추진이 구체화 단계에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탄핵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 다수 의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외에서 비례정당이라도 창당해야 한다는 논리구조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병”, 민병두 의원은 “민병대”라고 표현했다.


친여 비례정당을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강서갑 출마의사를 밝혔다가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꿈꾸는 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판치는 정치판을 한번쯤은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정봉주 전 의원이나 손혜원 의원이 구심점이 돼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손 의원은 무소속이고 정 전 의원은 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민주당과 별개의 정당을 만드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산발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창당까지는 물리적으로 촉박하고 창당 후 대국민 정체성 홍보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손 의원과 정 전 의원이 가세하면 난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원외’ ‘민병’ 등의 표현으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가깝고, 민주당 창당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형식상 민주당과 별개의 정당을 표방하더라도 ‘위성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는 얘기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진의를 의심받을 수 있다”며 손 의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시각이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 전 의원이) 자기에게 다 계획이 있다고 했는데 그 계획이 손 의원이 운을 띄운 위성정당인가 보다”며 “산토끼를 겨냥해 당에서는 위성정당의 설립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유권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서 위성정당의 설립을 사실적으로 용인해주자는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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