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가족만 가능한 대리구매…실효성에 의구심 제기
노인 10명 중 7명이 자녀와 떨어져 살아
취약계층 우선지원‧대리구매 범위확대 필요하다는 지적
정부가 '대리구매 범위를 넓히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마스크 대리구매를 허용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특히 감염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고령층 상당수가 마스크 구매를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어린이 △노인 △장애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의 대리구매를 허용하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10세 이하(2010년 이후 출생)‧80세 이상(1940년 이전 출생)에 한해 대리구매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이 아니면 대리구매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노인 10명 중 7명이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 대다수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집밖을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중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70.7%로 파악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이 속한 10가구 중 7가구가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노인가구 중 노인으로만 구성된 노인독거가구는 23.6%였고, 노인부부로만 구성된 노인부부가구는 48.4%였다.
노인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앞서 인용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9명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생활하는 노인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더 큰 문제는 대표적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우체국 등을 직접 찾더라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약국은 한 곳당 250매, 우체국·하나로마트는 점포당 100매 가량의 마스크만 판매하는 데다 약국의 경우 입고 시간이 유동적이라 방문 시점에 따라 마스크 구매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실제로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실시된 이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51년생 오모(69) 씨는 "동네 약국 두 군데를 들렀는데 아직 못 샀다"면서 "불안해서 사러 나왔는데, (마스크를) 하나 쓰고 나와서 두 개 사는 것보다 집에서 그냥 쉬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마스크 우선지급 필요성 제기
대리구매 범위 확대 요구도 이어져
정부 "예비비 책정…지원방식 검토중"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우선 공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판매처에서 줄을 서기 쉽지 않은 고령자·기저질환자·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마스크 대리수령 범위를 동거가족에서 직계가족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임산부‧노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달라"며 "직계가족이 등본과 신분증을 가져가 대리구매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글이 여럿 올라와있다.
졍부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을 위해 일평균 50만 장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향후 예비비를 통해 추가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 마스크 보급이 시급한 계층에 대해선 평균적으로 일평균 50만 장 정도가 정책적 목적으로 (배정)돼 있다"면서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지금 예비비로 마스크를 지급하기로 예산이 책정돼있다. 일주일 중 어느 시기에 몇 장 정도를 지원해야 되는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