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발생
정부, 유럽 5개국에 대해 특별입국절차 시행
'잠복기 환자', 이미 지역사회 활보했을 수도
'구로구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방문이력 환자가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해 향후 방역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12일 의정부시는 유럽 방문이력이 있는 28세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환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를 여행한 뒤 다음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선 유럽 출장을 다녀온 서울 강남구의 한 의류매장 직원이 이날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환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업무 차 독일 베를린‧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뒤 지난 9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발 환자'는 지난 9일과 11일에도 수원‧부산에서 각각 발생했다. 특히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고 이달 6일 입국해 확진판정을 받은 수원거주 24세 남성의 경우, 함께 생활하는 10대 동생까지 확진판정을 받아 유럽발 2차 감염이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그 밖에 서울 은평구‧광주 등에서도 유럽 방문이력이 있는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는 해외 감염원 차단을 위해 검역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 등 5개국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난 중국‧홍콩‧마카오‧일본‧이탈리아‧이란 등에 같은 조치가 내려진 바 있어 특별입국절차 시행 대상국은 총 11개 국가 및 지역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을 체류·경유한 사람은 입국 시 △발열 검사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자가진단 앱 설치를 차례로 이행해야만 입국이 허용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브리핑에서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 등 5개 국가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오는 15일 0시부터 시행한다"며 "유럽 출발 후 최근 14일 내 두바이·모스크바 등을 경유해 입국한 경우에도 직항 입국자와 구분 후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월말에서 3월초 유럽여행을 다녀온 잠복기 환자들이 이미 국내에서 제약 없이 활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지난 11일 입국자가 300명이 넘고, 3월 초에는 700명 넘는 인원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최근까지 △독일에서 300~400명 △영국에서 100~200명 △네덜란드에서 300명가량이 매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 "장기전 대비…단기간 환자급증 막아야"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해외 유입원 차단도 주문
전문가들은 향후 추세를 감안해 해외 유입원 차단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 단기간 환자 급증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 단계에서의 컨트롤은 결국 정부가 나서서 해야 되는 것"이라며 "입국 금지나 입국 제한 같은 방법을 향후 유행 양상에 따라 나라별·지역별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새롭게 유행하는 감염병의 경우 "국가 간 전파를 막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결국 (감염원을) 계속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이라고 보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유행을 막아내면서 전체적인 유행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상황이 안정된다 해도 다른 국가에서 확산되고, 그 지역 감염원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또 다시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코로나19 사태가) 몇 개월에서 1~2년까지 더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우리가 방역을 잘 해서 어느 정도 (확산세가) 잡히면 다른 나라에서 환자가 더 발생할 것"이라며 "백신·치료제 등이 개발되지 않은 현 상황에선 바이러스가 저절로 물러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