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항 선박 300만TEU 규모로 늘어날 전망
해운사 임시 결항도 역부족…"3분기 돼야 반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운항을 중단하는 선박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운업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황 악화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물동량이 서서히 회복되나 연간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17일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달 운항하지 않은 선박 규모는 246만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50만TEU의 약 1.6배에 달한다.
이중 102만TEU(41%)는 스크러버(탈황장치) 설치를 위한 것으로, 나머지 144만TEU는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로 인한 선사들의 적극적인 임시결항 조치로 풀이된다.
알파라이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사들이 잇따라 임시결항을 추진하면서 비운항 선박 규모가 조만간 30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머스크와 MSC가 소속된 2M은 2분기(4~6월) 동안 북유럽과 지중해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2M의 운항 선대 중 약 21%의 선복량(공급)이 축소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이 소속된 디 얼라이언스는 이달 북유럽, 지중해, 미주, 대서양(미주~구주) 구간 등을 오가는 배 일부를 항로에서 제외하는 임시결항을 실시한다. 각각 4척, 4척, 10척, 2척 등 20척 규모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비운항 선대를 늘리는 것은 전체 손익을 따져봤을 때 배를 운항하는 것 보다 공급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선사들은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노선을 아예 새로 짜는 등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해운 운임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SCFI는 지난 10일 기준 867.82로 전주 보다 22.55포인트 떨어졌다.
미주 서안은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1.9% 내린 1630달러, 미주 동안은 2.2% 하락한 2720달러다. 다만 유럽 운임도 TEU당 734달러로 전주 대비 2.1% 가량 떨어졌다.
일부 선사는 스크러버 설치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해당 비용을 운영자금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황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스크러버 설치 효과가 낮아진데다, 경영난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운 전문가들은 전체 물동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유럽 지역의 문제가 해소돼야 정상화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셧다운' 해제 및 물류·운송 재개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장 이달 말부터 '봉쇄령'이 풀린다 하더라도 최소 2주 이상 소요되는 원양선사들의 운항 기간을 감안하면 2분기 내로는 정상화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의 운항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올 하반기 'V'자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연간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