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여권의 흔들기에 맞설 윤석열의 두 가지 방어카드


입력 2020.04.17 16:59 수정 2020.04.17 17:02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선거 끝나자 ‘윤석열 사퇴’ 본심 드러낸 與

'검언유착' 의혹과 처가 문제 정조준

검찰은 신라젠·라임 수사 속도 붙이며 맞불

법조계 "임기 지키며 수사 의지 보인 것" 해석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민주당 인사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총선 국면에서는 열린민주당 후보들이 전면에 섰다면, 이제는 민주당 당선자 및 주요 인사들이 링에 올라왔다. 민주당이 과반을 넘어 180석을 확보한 만큼,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하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가시밭길인 셈이다.


먼저 우희종 더불어민주당 공동대표가 신호탄을 쐈다. 우 공동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표창장 하나로 여러 대학 압수수색에 굳이 청문회 시작하는 날 기소를 하고, 결국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에 앞장 선 조국 장관 사퇴를 유도했을 때 그는 씨익 웃었을 것”이라며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선거기간 우 공동대표는 조국 전 장관이나 윤 총장 관련 이슈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민주당 압승으로 선거가 끝나자 바로 본심을 드러낸 셈이다. 우 공동대표가 글을 올린 시각은 16일 오후 10시로, 21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결과가 확정된 뒤 더불어시민당의 공식입장을 밝힌 직후였다.


윤 총장을 향한 공세는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채널A 기자와 ‘윤석열 측근’ 검사장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다. 윤 총장은 감찰 전 진상파악 단계로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해둔 상황이다. 검언유착의 증거물로 제시됐던 녹취록에 등장하는 목소리가 실제 윤 총장 측근 검사인지는 확인하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여권은 감찰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며 압박했다.


민주당 김용민 당선자는 17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 감찰 권한이 있는 감찰본부에서 못하게 하고 보고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감찰을 막으려고 하는 직권 남용”이라며 “검찰 내에서 감찰권을 갖고 다툼이 생겼을 때에는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사건 초기부터 대검에 진상조사를 강하게 지시했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면 감찰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다른 하나는 윤 총장의 장모와 배우자 관련 문제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당선자는 선거기간 윤 총장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었는데, 핵심 고리가 배우자다. 검찰총장과 배우자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 당선자는 후보시절 윤 총장의 장모와 배우자를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둔 상태다.


법률상 보장된 검찰총장 임기…힘으로 찍어내면 역풍
선거법 위반 수사 중 검찰과 대립각 세우기도 어려워


하지만 윤 총장이 마냥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법률로 보장된 ‘임기’가 첫 번째 방어카드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검찰총장을 정치권이 힘으로 찍어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전례가 수두룩하다. 윤 총장은 선거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건과 신라젠 불법주식거래 사건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정권 핵심인사 연루설이 대표적으로 제기된 사건들이다.


서초동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해 정치적으로 공세를 펼칠 수 있을지언정 법률상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며 “윤 총장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내부적으로 수차례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끝나자마자 민감한 사안에 바로 칼을 빼든 것만 봐도 완주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듯 민주당 지도부가 자중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과오를 언급하며 “항상 겸허한 자제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했다. 더시민당을 향해서는 “등원 전까지는 연합정당의 소속이므로 민주당과 다른 당선자의 입장을 고려해 말씀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 사퇴를 촉구했던 우 공동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법 위반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도 윤 총장에게 불리하지 않은 요소다. 대검 공공수사부에 따르면, 당선자 90명이 선거법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당선자 중 36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7명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바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기 부담스럽다는 게 다수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5일 투표를 마친뒤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점심을 같이한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에서 지키기가 어렵다"면서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어려운데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강조한 대목이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