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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실적 고개숙인 증권사...초대형IB 간판 '머쓱'


입력 2020.05.20 06:00 수정 2020.05.20 05:2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한국투자·NH·KB증권 등은 해외서 적자 전환… 미래에셋·삼성 흑자

코로나19 여파로 증시 불안정하자 대규모 채권 평가손실 발생 요인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본사 전경 ⓒ각 사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본사 전경 ⓒ각 사

초대형 투자은행(IB) 간판을 단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영업 실적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금융 불안의 악영향이 컸던 가운데 결국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불어난 손실이 치명타를 가한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누구도 예기치 못한 악재였다고는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을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던 초대형IB의 취지를 돌아보면 글로벌 경쟁력을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NH투자·삼성·KB 등 5개 증권사는 해외에서(법인·사무소·펀드) 248억9204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933억166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투자증권의 손실 폭이 832억1378만원으로 가장 컸다. 한투증권은 올 1분기 556억3849만원의 해외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거뒀던 347억1170만원의 순익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각각 80억3800만원과 55억2258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나타냈다.


올 1분기 순익을 거둔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뿐이었다. 삼성증권의 해외법인 순익은 지난해 1분기 16억9088만원에서 올 1분기 1억703만원으로 96.9%(33억8814만원) 감소했다. 여전히 흑자이긴 하지만 순익규모가 줄어든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1분기 유일하게 전년 동기(428억원)보다 14억원 늘어난 442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체면치레했다.


초대형IB 증권사들은 미국, 유럽, 홍콩 등 선진적인 금융제도를 바탕으로 한 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한투증권은 올 1분기 홍콩법인에서 176억707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순손실이던 13억4140만원보다 악화된 실적이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101억9400만원이던 홍콩법인 순익이 38억6700만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1분기 4억8379만원의 순익을 거둔 홍콩에서 올해는 17억6918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올 1분기 홍콩에서 순익을 냈지만 순익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50.4%(2억3465만원) 줄었다.


초대형IB 증권사 해외실적 변동 추이 ⓒ각사 경영실적, ⓒ금융감독원 초대형IB 증권사 해외실적 변동 추이 ⓒ각사 경영실적, ⓒ금융감독원

증권사들이 줄줄이 해외 선진국에서 실패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국 지수가 올 1분기 동안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홍콩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홍콩항셍지수는 지난 1월20일 52주 최고치인 2만9174.92포인트까지 올랐지만, 2개월 만인 3월19일 52주 최저가인 2만1139.26으로 급락했다.


미국 나스닥지수도 2월19일 9838.37로 최고점을 찍고 3월23일 최저점인 6631.42로 급락. 다우지수역시 2월12일 2만9568.57에서 3월23일 1만8213.65로 급락했다.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 역시 2월20일 3867.28에서 3월16일 2302.84로 떨어졌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 채권 등 부문에서의 자산가치가 하락해 운용부문에서 평가손실이 나타나며 해외법인에서도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신용(크레딧)채권의 시황이 악화되면서 평가손실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IB업황 둔화로 해외IB 사업이 축소되면서 수수료 등 수익이 감소한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증시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초대형IB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8일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KB증권(A3)·한국투자증권(Baa2)·미래에셋대우(Baa2)·NH투자증권(Baa1)·삼성증권(Baa2)·신한금융투자(A3) 등 국내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변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금조달과 유동성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또 무디스는 저금리 환경 아래 리스크 선호 확대에 따른 해외자산과 부동산 자산 증가 측면에서도 취약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가세를 이어오던 증권사의 해외순익이 코로나19 등 대외 금융시장 가변성으로 인해 적극적인 영업 전개가 어렵게 됐다"면서도 "2분기에는 시장 변동성이 안정화 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운용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실적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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