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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사태로 갈라진 민주당…文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


입력 2020.05.22 00:10 수정 2020.05.22 05:2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민주당 비주류 중심으로 윤미향 비토 봇물

당 지도부는 "사실확인 우선" 기존 입장 견지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에 단호한 메시지 예고

정의당 마저 돌아서며 문재인 정부 악재로 작용

정의기억연대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자료를 차에 싣고 있다. ⓒ뉴시스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자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 등을 두고 민주당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사실확인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펼쳤지만,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심이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진보진영의 한 축인 정의당 마저 공식적으로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석현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당지도부의 신속한 진상파악과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최고위원들에게 내 의견을 말했다”며 “진영논리에 갇혀 묵언수행을 하다보면 호미로 막을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춘 의원은 “더이상 해명과 방어로 끝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공적 단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후원금 및 보조금 사용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보이고 그가(윤 당선자)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하는지 여부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입장은 각종 감사와 수사 결과를 보고나서 조치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지만 이는 국민여론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즉시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의혹의 진위와 책임의 크기를 가려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김해영 최고위원도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당이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그에 따른 적합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노웅래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당 지도부에 비슷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경우,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집과 관련해 비위 의혹이 일자 특별점검과 함께 엄정한 처벌을 약속했다. 이 지사는 “나눔의집이 피해 할머님들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온 점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아무리 대의에 따른 선행이라 해도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온도차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당내 반발기류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확인이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태년 원내대표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당선자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시간끌기를 통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날 윤 당선자가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뵙고 용서를 빈 것을 기점으로 여론반전을 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복수의 언론인터뷰를 통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용서한 것은 없다”고 밝힘으로써 여론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아마도 이 할머니를 설득해 억지화해를 시킨 후 이를 계기로 윤미향 사수 전선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잘 안 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윤미향을 청산하지 않는 한 위안부 운동의 도덕성에 생긴 상처는 절대로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윤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할머니가 25일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자에 대해 더욱 단호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고되면서 의혹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의 한 축인 정의당도 윤 당선자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정의당 상무위원회를 주재한 심상정 대표는 작심한 듯 “(윤 당선자의) 해명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실관계 번복이 있었고 가족 연루 의혹도 제기돼 스스로 해명하는 것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며 “검증과 공천 책임을 진 민주당이 뒷짐지는 것에 국민은 더 이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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