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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폭풍] 해고자·실업자도 노조 가입...재계 "노조활동 과격해서 정치파업 증가할 것"


입력 2020.06.19 07:00 수정 2020.06.18 17:0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하면 정치 파업 부추길 것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노조 차별 대우 금지, 해외 흐름과 역행

대항권 등 정상적 기업 경영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2019년 7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9년 7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개선은 외면하고 있으며 과도한 입법으로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정치와 경제의 난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출범 초기부터 각종 친(親)노동정책을 쏟아낸 문재인 정부가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마저 추진하면서 재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안은 노조 측에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져 고용불안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근로자들을 위한 법이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근로자 단결권을 대폭 강화한 노조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노동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비조합원의 노동조합 임원 선임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개별 교섭 시 차별대우 금지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고자, 실업자까지 노조 가입 허용…전문시위꾼 양성 우려"


재계 및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개정안 중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비조합원 노조임원 선임 허용'이 노사 관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한다.


해고자, 퇴직자, 실업자, 사회적 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이들이 노조 활동을 하게 되면 기업 내부 문제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이슈까지 기업 노사관계에 끌어들일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이들은 사용자의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존 노조원들 보다 얼마든지 대립적인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는 이전 보다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 노조원이 돼 회사의 임금과 복지에 관여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런 전문 시위꾼들이 육성되면, 기업을 흔드는 일들이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 입법예고안 주요 쟁점ⓒ한국경제연구원 노조법 개정 입법예고안 주요 쟁점ⓒ한국경제연구원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해외선 부당노동행위"


개정안엔 노조 전임자에 대해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도 삭제됐다. 노조업무에만 종사하는 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재계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입법예고안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금 금지 조항 삭제 등 사실상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금 허용으로 노조의 자주성·도덕성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노사관계 선진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같은 정부안은 해외 주요국들의 상황과도 전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사용자가 노조활동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는 사례가 예외적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급여지급은 원칙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ILO 핵심협약 제98호를 비준하고 있으면서도 노조전임자가 사용자에게 급여를 받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한다.


또 사측이 복수노조와 개별 교섭을 진행할 경우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는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계는 근무, 업무 특성상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차별이라고 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개별노조가 신설된 차별대우 금지 조항을 근거로 경쟁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협상을 지연할 경우 기업 노사관계 악화 불가피하다"면서 "노사교섭은 원칙적으로 노사자율로 진행해야 하며, 국가 및 지자체의 노력의무를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장은 2020년 6월 3일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규제 혁신과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요청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장은 2020년 6월 3일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규제 혁신과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요청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노사 관계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경영계 입장도 반영돼야"


정부안에는 노조 가입 대상과 자격이 대폭 완화됐지만 재계가 요구한 사항들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노조가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한 것 정도다.


이 정도로는 무리한 파업, 사업장 불법 점거 등 막대한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재계는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업자 등에 대한 단결권 보장이 필요하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사용자 측의 대항권도 반드시 개선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없애고, 사업장 내에서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형사처벌 폐지 등 사측에만 적용되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을 없애거나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 균형잡힌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선진화된 노사 관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해야만 고비용·저생산 산업구조를 막고 경제 회복을 위한 노사 상생 분위기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입법예고안은 해고자와 실업자 노조가입 등 국내 노동 시장을 더욱 경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예고안대로 법안이 발의·개정될 경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리쇼어링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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