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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두 달①] '어색한 침묵' 코로나19가 불러온 진풍경


입력 2020.07.01 15:28 수정 2020.07.01 15:33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랜선 응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라

사람 대신 관중석 채운 인형과 현수막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 된 프로야구.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 된 프로야구.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월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첫 확진자 등장 후 확산 여파로 농구와 배구 등 실내 종목들이 조기에 막을 내렸다. 이후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프로스포츠는 잠시 문을 닫았다. 여러 차례 개막 시기를 논의하던 프로스포츠는 5월 5일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5월 8일 프로축구, 5월 14일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가까스로 개막해 국내 프로스포츠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해 경기장 내 관중들의 입장이 제한되면서 선수들은 연일 '어색한 침묵' 속에서 기량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찾아 올 수 없지만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 팬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한 랜선 응원을 통해 선수단 응원에 나서고 있고, 구단들은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해 소통에 나서고 있다. 반면 야구의 경우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끼리의 대화 목소리가 상대에까지 들리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관중이 없어 흥이 나지 않거나 선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져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무관중 경기의 폐해도 적지 않았다.


랜선 출사표를 던진 K리그1 선수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랜선 출사표를 던진 K리그1 선수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랜선응원


팬들이 온라인을 통해 참여하는 랜선 응원은 이미 국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팬들이 집관 등 바깥에서 응원하는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연맹과 구단들도 랜선을 통해 팬들과 만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KBO는 2020시즌 미디어데이를 사상 최초의 화상으로 개최했고, ‘드라이브스루’ 응원전도 추진 중이다.


키움의 경우 ‘랜선 팬미팅’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모기업이 통신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kt 위즈와 SK 와이번스는 비대면 라이브 응원전, 빅보드 화상회의 응원을 진행하는 이색적인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프로축구서도 편파 중계와 축구 게임 토너먼트 등 다양한 랜선 소통으로 팬들의 갈증을 씻어내는 데 일조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외야 관중석에 마스크를 쓴 관중들과 캐릭터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설치돼있다. ⓒ 뉴시스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외야 관중석에 마스크를 쓴 관중들과 캐릭터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설치돼있다. ⓒ 뉴시스

관중 대신 인형·진짜 ‘무’관중


무관중 경기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각 프로구단들은 노력도 돋보였다.


프로축구의 경우 실제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음향효과를 통해 허전함을 채웠고, 야구는 치어리더들이 응원에 나서면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텅 빈 경기장은 주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으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한화 이글스는 팬들을 통해 받은 각양각색의 '인형 관중'을 배치해 눈길을 모았고, SK 와이번스는 외야 응원석에 ‘무’ 캐릭터를 인쇄해 배치하며 ‘무’ 관중의 묘미를 살렸다.


투구시 기합소리로 불필요한 오해를 산 한화투수 박상원. ⓒ 뉴시스 투구시 기합소리로 불필요한 오해를 산 한화투수 박상원. ⓒ 뉴시스

침묵 속 생긴 오해, 관중석을 채운 불청객


관중 없는 침묵 속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야구의 경우 더그아웃 내 동료를 향한 응원과 대화 소리가 상대 팀 더그아웃에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관중이 있었다면 들리지 않았을 ‘트래시 토크’나 투수들이 투구시 내는 기합 소리로 인해 선수단이 극도로 예민해 지면서 크고 작은 충돌로 이어졌다.


한화 투수 박상원은 투구시 특유의 기합소리로 상대팀 사령탑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kt 위즈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가 박상원의 투구 동작을 조롱하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관중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들이 크고 작은 논란으로 번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역시도 코로나19가 빚어낸 진풍경이다.


무관중 시대일수록 프로스포츠에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렁찬 목소리로 팀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좋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키는 것이 무관중 시대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프로축구에서는 FC서울이 ‘성인용 마네킹’으로 관중석을 채웠다가 중징계를 받는 웃지 못할 사건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논란은 지난 5월 FC서울의 홈경기 때 서포터즈 수호신이 자리해야 할 N석에 ‘리얼마네킹’ 20여 개가 설치된 것에서 비롯됐다. 사전에 충분히 인지를 못하고 설치된 ‘리얼돌’ 마네킹은 영국 BBC나 더선 등 외신에도 소개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결국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를 열고 K리그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다고 판단해 제재금 1억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관중석을 채우려다 선을 넘어 버린 이 사건은 '과유불급'이 빚은 코로나19 시대의 참사로 기억되고 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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