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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충격과 한 가지 의문'…박원순 고소인측 기자회견


입력 2020.07.14 00:00 수정 2020.07.13 17:18        정도원 이유림 최현욱 기자 (united97@dailian.co.kr)

박원순, 4년간 밤낮없이 퇴근 뒤도 성적 괴롭힘

시장집무실서 피해자에 '셀카 찍자'며 신체밀착

'호'라며 피해자 무릎에 입맞춰…속옷사진 전송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을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측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박 전 시장 영결식 직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상대로 △4년간 업무시간 전후를 막론하고 성추행을 계속했다는 점 △부서 이동을 한 뒤에도 개인적 연락이 이어졌다는 점과 함께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도 서울시 내부에서 이를 일축하거나 외면했다는 점 등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졌다.


특히 기자회견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충격적인 지점과 함께 중대한 의문점도 던져졌다. 고소인의 고소 사실이 피고소인에게 거의 즉각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인데,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며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김재련 변호사 등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성추행 피해자와 면담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첫 번째 충격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이 무려 4년간이나 집요한 형태로 계속됐으며, 심지어 퇴근한 뒤 심야에도 이어지는 등 피해자에게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부터 벗어나 심신을 치유할 '안식처'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이미경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의 비서에 대한 위력에 의한 성추행은 4년 동안 지속됐다"며 "업무시간 뿐만 아니라 퇴근한 뒤에도 사생활을 언급하며 신체를 접촉하고 본인의 속옷 차림 사진 전송, 늦은밤 비밀대화방에서의 대화 요구와 음란한 문자 발송 등 가해 수위는 점점 심각해져갔다"고 확인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집무실에서 '둘이 셀카를 찍자'며 촬영할 때 신체적으로 밀착했다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피해자의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 △집무실 내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서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성적으로 괴롭혀왔다는 행태들을 열거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 시기는 비서직을 수행했던 4년의 기간"이라며 "범행 발생 장소는 집무실, 집무실 내의 침실 등으로 상세한 방법은 차마 말씀드리기 어려워 개괄적인 것만 말씀드린다"고 탄식했다.


전보 뒤에도 비밀대화방 초대…'탈출구' 없었다
도움 요청해도 "비서 업무는 시장의 심기 보좌"
관비 취급…운동권·시민단체 출신 인식 드러내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두 번째 충격은 성추행 피해에 직면한 피해자의 부서 변경 요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으며, 겨우 인사가 난 뒤에도 박원순 전 시장의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부터 벗어날 '탈출구'가 없었던 셈이다.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는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며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뒤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전 시장이) 2020년 2월 6일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피해자를 초대했다. 이 때는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하지 않고 전보 발령나서 다른 근무하고 있을 때"라며 "가해자가 비서실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에게 텔레그램으로 비밀대화방을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충격은 피해자가 고소에 앞서 내부에서 해결을 모색했으나 서울시청의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박원순 전 시장은 9년간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운동권·시민단체 출신 수십 명을 대거 정무직으로 끌어들여 시장실 주변에 포진시켜 이른바 '6층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그룹을 형성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향해 비서를 마치 조선시대 관노(관비) 취급하듯 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운동권·시민단체 출신들의 권력형 성추행 범죄를 향한 저열한 인식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도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며 노동으로 일컫는 반응까지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개탄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실태가 밝혀진 충격만큼이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중대한 의문점 또한 시사됐다. 4년여 동안 '안식처'도, '탈출구'도, '도움의 손길'도 없이 성추행에 시달려온 피해자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고소했을 때, 고소 사실이 어떻게 피고소인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됐느냐는 점이다.


피해자 고소사실, 어떻게 박원순에게 전달됐나
"고소와 동시에 모종 경로로 수사상황 전달됐다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 아냐"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미경 소장은 "이 사건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피해자는 지금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피고소인인 박원순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설만 분분한 가운데, 일부 매체는 청와대가 전달했다는 관측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경 소장은 "박원순 전 시장은 여성 인권에 역할을 해온 사회적 리더였는데도 그 또한 직장 내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성희롱과 성추행을 가했다"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위치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안이 누구보다 자신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이 망인이 돼서 형사고소를 더 이상은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고미경 대표도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박원순 전 시장이 '6층 식구들'과 함께 군림했던 서울시를 향해서도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라며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서 진상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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