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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 아이폰 잡은 갤럭시 신화 재현할까


입력 2020.09.04 06:00 수정 2020.09.04 05:5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전기차 대중화 주역 테슬라 대항마로 전기차 전용 브랜드 론칭

이업종에 대항한 주류업종 반격, 스마트폰 대중화 시기와 유사

아이오닉 5·6·7, 테슬라 모델3·모델S·모델X와 매칭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 2007년 1월, 이업종(異業種)에 속한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은 당시 휴대폰 업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아직 대중화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한 스마트폰 시장이 단숨에 열린 것이다. 당시 모바일 시장의 맹주였던 삼성전자가 택한 대응책은 정면돌파였다. 별도의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를 론칭한 뒤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애플의 아이폰을 잡고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이업종에서 넘어온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친 이른바 ‘갤럭시 신화’가 자동차 업계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자동차 업계의 애플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고, 자동차 업계의 갤럭시를 꿈꾸는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이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앞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은 지난달 10일 론칭한 ‘아이오닉’ 브랜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브랜드 론칭에 즈음한 시장 상황은 10여년 전 삼성전자의 ‘갤럭시’ 브랜드 론칭 당시와 유사하다.


현재 전기차 업계는 2008년 이전까지는 자동차라고는 만들어본 적도 없는 테슬라가 지배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태동과 함께 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쟁쟁한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모두 테슬라의 발아래 있다.


모바일 시장의 주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격변기에 애플이 삼성전자와 노키아, 모토로라 등 쟁쟁한 모바일 업체들을 모두 발아래 뒀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때로는 기존에 쌓아온 명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도 과거 ‘전화만 잘 터지는’ 피처폰 브랜드 ‘애니콜’에 집착하지 않고 ‘갤럭시’라는 별도의 스마트폰 브랜드를 론칭하며 역전의 기반을 구축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 브랜드 론칭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브랜드와 차체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이식한다고 테슬라와 경쟁이 되진 않는다는 점을 빠르게 깨달은 것이다.


현재 테슬라의 주 고객층은 스스로를 ‘얼리어답터’로 인식하는 이들이다. 2000년대 후반 아이폰 구매자들과 마찬가지다.


그런 이들에게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남겨둔 채 어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좀 더 첨단화되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2019년 9월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전무),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대사(왼쪽부터)와 함께 EV 콘셉트카 '45'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2019년 9월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전무),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대사(왼쪽부터)와 함께 EV 콘셉트카 '45'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전동화 경험의 진보(Progress electrified for connected living)’다. 현대차는 이를 두고 “전동화 기술에만 관심을 두기보다는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자동차를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려 하는 얼리어답터들을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겠지만 라인업 구성도 테슬라의 모델들과 완벽하게 매칭이 된다.


우선 내년에 선보일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차 ‘아이오닉 5’는 준중형 CUV로, 대한민국 최초의 자체 개발 모델인 포니 쿠페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모델이다.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EV 콘셉트카 45’라는 모델로 공개되며 ‘포니의 부활’로 불리기도 했다.


‘아이오닉 5’는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가장 대중화된 차급을 담당한다. ‘보급형 테슬라’로 불리는 테슬라 모델3와 수요층을 나눌 가능성이 높다.


아이오닉 6의 기반이 될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의 기반이 될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2022년에는 ‘프로페시(Prophecy)’ 콘셉트카 기반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 6’가 출시 예정이다.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최초 공개된 프로페시는 공기 역학적이고 흐르는 듯 우아한 실루엣의 디자인과 뛰어난 공간성이 특징이다.


‘아이오닉 6’는 슈퍼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서 볼 수 있듯이 강력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은 모델이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모델S’와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2024년에는 대형 SUV ‘아이오닉 7’이 마지막 라인업으로 합류한다. 넓고 고급스런 실내공간과 다양한 용도의 고성능 전기차를 원하는 고객들이 타깃이다. 테슬라는 이 차급에 ‘모델X’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닉은 출시 예정인 3개 모델에 미래지향적 디자인인 ‘파라메트릭 픽셀(Parametric Pixel)’을 적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갖추면서 실내 공간을 극대화해 탑승자의 자유로운 활동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강점으로 부각시켜 온 성능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을 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개발했다.


아이오닉 브랜드 3총사는 달리기 성능 뿐 아니라 전기차 고유의 경쟁력도 대폭 강화한다. 충전 시간은 세계 최단인 20분으로 단축하고, 한 번 충전시 45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대차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 있지만, 과거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애플이 벌여놓은 ‘판’에 뛰어들어 아이폰을 뛰어넘었듯, 아이오닉 5·6·7 형제는 테슬라가 만들어놓은 ‘판’에 뛰어들어 테슬라 모델3와 모델S, 모델X를 넘어서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의 전동화 전환 시기에 테슬라와 같은 비주류나 이업종 업체의 등장은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브랜드 가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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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버리 2020.09.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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