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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의 '손절' 공식…추미애·이상직의 '용도' 차이


입력 2020.09.13 09:00 수정 2020.09.13 05:0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친문, 추미애는 극력 비호·이상직은 손절 기류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되는 등 쓰임새

두터웠지만…'이스타 사태'로 '용도폐기' 됐나

추미애 비호는 아들이 본질 아냐…'용도' 남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친문(친문재인) 권력 집단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무리한 논거까지 동원하며 비호하는 반면 '이스타항공 사태'에 연루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절'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의 명암이 엇갈리게 된데에는 추미애 장관은 '검찰 장악'과 관련해 아직 용도가 남았지만, 이상직 의원은 '용도폐기'가 됐기 때문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 뒤따른다.


여권의 추미애 장관 비호는 주말에도 이어졌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의 공익제보자인 현모 씨를 '범죄자'라 매도하며 철저히 수사해 '공범 세력'까지 뿌리 뽑아야 한다고 극언했다.


설훈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겉으로 보면 권력을 이용해 아들을 어떻게 한 게 아니냐고 보기 좋게 돼 있는데, 그게 아니라서 억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병가를 연장하는 경우, 보호자가 지휘관과 상의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라며 "그 절차를 누가 했는지는 부차적인 곁가지"라고 단언했다.


이같은 추미애 장관 비호는 '이스타항공 사태'에 연루된 같은당 이상직 의원을 향한 태도와는 온도차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추 장관을 비호했던 바로 그 최고위 자리에서 이 의원을 향해서는 "우리 당의 국회의원이 이스타 창업주"라며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날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이상직 의원을 사무실에서 만나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처신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상직 의원을 향해서는 '손절' 기류가 뚜렷한 것이다. 이와 관련, 친문 권력 집단의 시각에서 이 의원의 '용도'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직, 기업인이라 '코드' 잘 맞지 않는데도
중진공 이사장 임명 이어…공천 과정도 이례적
이사장된 뒤 文 사위 타이이스타제트에 취업
오랜 침묵 깨고 입장 표명…'손절' 기류 읽었나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의원은 기업인 출신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부터 민주당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2003년 이 의원이 대표이사로 있던 KIC의 '주가관리'를 위탁했던 하모·배모 씨가 고가매수·가장매매로 '주가조작'을 하다가 덜미가 잡혀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선고받고, 이 의원 본인도 1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문제가 돼 당시에는 공천 탈락을 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비로소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북 전주을(완산)에서 당선됐다가, 2016년 20대 총선 때는 같은당 최형재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려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16년 이 의원을 경선에서 꺾은 최형재 후보는 전북 권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오랫동안 전개한 '활동가'다. 총선시민연대·전주 '아름다운가게'·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원회·전북환경운동연합 등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최형재 후보가 기업인 출신인 이상직 의원보다 친문과 훨씬 '코드'가 맞는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그런데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서는 최형재 후보가 전격적으로 경선 배제가 됐다.


올해 1월 17~19일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설문한 전북 전주을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최형재 후보가 29.3%, 이상직 의원이 28.6%, 이덕춘 전 전북일보 기자가 16.8%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최 후보가 경선 배제가 되면서, 이상직 의원은 이덕춘 전 기자와의 양자 경선을 통해 무난히 공천을 받아 재선 고지에 올랐다"며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여론조사 1위 후보이고, 직전 총선에 출마해 지역위원장을 맡아왔던 후보를 경선에서 배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016년 총선에서 최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하고 원외 신분이던 이상직 의원은 정권교체 이듬해인 2018년 돌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가 같은해 태국의 타이이스타제트에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제트에 수백억 원대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어, 최근 제주항공의 인수가 무산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후 사정을 맞춰보면 이상직 의원의 '용도폐기설'도 근거가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라며 "이 의원 일가의 이스타항공 경영권 상실이 거의 확실한 상황인데, 권력 핵심부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 이 의원의 '용도'가 없게 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아울러 "김현미 장관이 이상직 의원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국회에서 공개 발언을 한 맥락에 유의해야 한다"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사 때마다 국무총리·경제부총리·청와대 비서실장 등 '영전설'만 파다할 정도로 권력 핵심부와 가까운 김현미 장관이 이같은 기류를 읽지 못했을 리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 11일 "내가 창업한 이스타항공은 중소기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의 교량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기업"이라며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간 침묵을 지켜왔으나 돌연 이를 깨고 입장을 낸 것은 권력 핵심부가 자신을 '손절'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추미애, 권력이 아들을 함께 지킬 이유 없지만
지금 물러나면 '검찰 장악' 고삐 놓칠 우려 커
추미애의 존재는 각종 의혹 수사 문제와 결부
"분명히 '용도' 남아…'秋 사태' 장기화될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반면 여권의 '비호'가 이어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상직 의원과는 처해 있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일병 구하기에 여당이 전부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추미애 사태'의 본질이 추 장관의 '우리 아이 보듬기'에 불과했다면 '손절'을 해도 벌써 했을 것"이라며 "권력 핵심부가 추 장관 아들을 같이 지켜줘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추미애 장관이 물러나면 '검찰 장악'의 고삐를 놓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추 장관의 존재는 울산시장 선거부정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라임 사태, 옵티머스 금융사기 의혹 등의 수사 문제와 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법무장관이 공석이 되면 정권 출범 이래 수 년간 공들여왔던 검찰 장악 시도가 일거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집권 후반기에 검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에 나서면서 정권이 레임덕을 맞는 전철에 올라타게 될 우려가 생긴다.


한 3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권의 행태로 보면 보복당할 게 뻔히 보이는데도, 20대의 전역 사병이 '국회에라도 나가서 말하겠다'고 하는 것을 여권에서는 심상찮은 징조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억지로 무리하게 겨우겨우 막아오고 버텨왔던 것들이 급속도로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이 물러날 경우의 대체재도 마땅치 않다. 이미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나고 후임자를 찾을 때부터도 원외에는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 집권 4년차가 된 지금, 청문회 부담을 감수하고 '법무장관을 맡겠다'고 나설 원외 인사가 있을 리 없다.


그러면 추 장관 지명 당시처럼 원내에서 후임자를 지명해 청문회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권력 핵심부에서 선호하는 몇몇 의원은 입각보다 원내직에 관심이 더욱 크다"라며 "본인이 입각에 관심이 있는 또다른 몇몇 의원은 권력 핵심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경원시한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추 장관은 민주당과 열우당이 분당할 때, 민주당에 남았다. 2003년 11·28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가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노 대통령이 박은 못은 분열과 배신의 대못"이라며 "노 대통령이 박은 그 대못을 나 추미애가 뽑아내겠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용도'만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친문 권력 집단이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감싸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추 장관의 존재가 숱한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의 수사 문제와 결부돼 있는 한, 추 장관이 '용도폐기'로 쉽게 '손절'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상직 의원은 '용도폐기'로 '손절' 수순에 들어갔지만, 추미애 장관은 분명한 '용도'가 남아 있다"라며, '추미애 사태'의 장기화를 예견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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