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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기현 "자유민주주의에 내 피가 필요하다면…"


입력 2020.09.30 07:00 수정 2020.10.01 23:3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율사 출신 엘리트 4선 의원, '국가폭력' 겪으며

야성의 투사로 거듭…"역할 마다하지 않겠다"

"포털특위, 여론조작 토양 자체를 바로잡을 터

삼권분립 붕괴 속 대통령은 대통령이길 포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포털공정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은 포털사이트에서의 여론조작이 가능한 현재의 토양 자체를 바로잡는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특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판사와 광역단체장을 지낸 4선 중진인 김 의원은 입법·행정·사법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자녀들에게 망가져가는 나라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당에서의 어떠한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출신이 청와대에 있지 않았느냐. 자기들끼리의 내부 커넥션이 여전히 강할 것"이라며 "포털공정특위는 포털의 기본적인 토양 자체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이 행해지고 있을 때, 이 연설 내용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 화면에 반영되자 본회의장에 있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낙연 대표는 "엄중히 주의를 드린다"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은 포털 장악의 꼬리가 밟혔다며 즉각 '포털공정대책특위'를 구성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라'는 것은 나로서도 상상도 못할 일이고 보면, 평소 숙달된 것으로 추정하는 게 상식일 것"이라며 "윤 의원이 네이버 부사장까지 하다가 대선 캠프에서 본부장을 맡고 청와대 소통수석으로 들어갔다. 관여가 있었다면 대선 과정에서부터 관여했을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아울러 "포털의 뉴스가 AI에 의해 배열된다지만, 윤 의원이 왜 '들어오라'고 했겠느냐. AI도 판단 요소와 가중치 등의 설계를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순위를 바꿀 수 있다"며 "'추미애'는 이 타이밍에 맞춰서 추미애만 배열이 바뀌었다는 것 아니냐"라고 혀를 찼다.


나아가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라"고 한) 윤영찬 의원에 대한 문제는 소소한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다"라며 "특위는 훨씬 더 높은 차원에서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토양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 특위에 참여한 의원들의 상임위별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을 수 있어 '단거리 게임'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없는 민주당'…당내민주주의 사라졌다
청와대 권력독점에 국회 예속돼 삼권분립 붕괴
국방부, 추미애 아들 지키려 거짓 시나리오까지
그 노력 100분의 1만 국민 지키는데 썼다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의원은 1959년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법 울산지원 등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당선, 정계에 입문했다. 17~19대에 걸쳐 3선을 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울산광역시장에 선출돼 지방행정도 경험했다. 현재는 4선 의원 반열에 올랐다.


6년간 중앙정치 공백을 겪었던 김 의원은 돌아와서 요즘 겪는 국회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회"라고 잘라말했다. 예전에도 여당이 '거수기' '여의도 출장소'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지금의 여당은 '출장소'를 넘어 소속 의원들이 청와대 수석급도 되지 않는 비서관·행정관들처럼 전락했다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이소영 의원은 대정부질문 때 주호영 원내대표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공격하는 일장연설을 하더라.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까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를 했다"라며 "그야말로 비상식적이고 국회의원의 직무가 뭔지를 아예 모르는, 소양이 안된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국회 외통위원인 김 의원은 지난 7월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를 했다. 이 또한 가관이었다고 토로했다. "여당 의원들이 이인영 후보자의 변호사 같더라. 대놓고 변명 자료를 만들어 PPT로 띄우더라"라며 "'야당의 정치공세 맞느냐'라고 물어 '네, 맞다'라는 답변을 유도한다. 이게 의원의 역할이냐"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나도 한때 당에서는 소장파 그룹에 속해 활동했고 지도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며 "지금의 여당은 '민주 없는 민주당'이라 조롱받을 정도로 당내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져 획일정당이 됐다. 청와대의 권력독점에 국회가 예속되는 삼권분립의 붕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입법부가 청와대에 예속됐다면 행정부는 어떨까. 김기현 의원은 현재 정국의 최대 쟁점인 '공무원 총살 만행'의 사례를 들어, 행정부처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질타했다.


김기현 의원은 "국방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지키려 '사실은 이렇고 대답은 저렇게 하라'는 거짓 시나리오까지 만들었다"면서도 "현직 공무원이 처참히 살해당하고 시신을 소훼당하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났는데도, 그 국방부는 국민을 지키는 일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군과 해경의 선박에는 스피커가 있다. '우리 국민을 빨리 구조해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방송을 하면서 국제사회에 알렸더라면, 북한 당국도 함부로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추미애 장관의 아들을 지키려는 노력의 100분의 1만 했어도 아까운 생명을 터무니없이 잃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핫라인을 '생명존중의 지도자'라는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때만 쓰느냐"라며 "편지를 보낼 때는 이용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때는 통신선이 마비돼 소통이 안된다고 한다면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선거부정·하명수사 '신적폐 의혹' 최대 피해자
"대한민국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우리 아들딸에겐 이러한
정치문화와 사회구조를 물려줘서는 안되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사법부의 붕괴에 대해서는 특히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김 의원은 "'거짓은 맞는데 거짓말은 아니다'라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논리는 처음 봤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하더니 "은수미 (성남시장) 같은 경우에도 항소심 재판에서 문제 없다고 판단한 형식적 사유로 파기환송을 했다. 웃기다"라고 실소했다.


이어 "전제군주정인 조선시대에도 대사헌·대사간·대제학들은 사화를 겪고 핍박을 받으면서도 선비 정신으로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은 대법원장부터 너무 망가졌다"라며 "선비정신이 없는 판사는 판사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국민에게 대역죄인이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4선 중진 김기현 의원이 전국적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직전에 자행된 울산시장 선거부정개입·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컸다. 3·15 부정선거에 비견된다는 평가를 받는 이 사건은 한병도·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기소된 뒤, 검찰 수사팀이 완전히 공중분해되는 비운을 맞았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함께 국회로 등원하는 웃지 못할 현실에 김기현 의원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면 '팔자려니' 하겠는데,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망가진 일"이라며 "수사팀 부장검사는 북부지검으로 좌천시켰는데도 파견 형식으로 공판에 참석하자 얼마 전에 다시 국민권익위로 발령을 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장관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두 차례나 인사를 내서 (공판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이유가 뭐겠느냐"라며 "사건의 '몸통'이 밝혀지는 게 워낙 두려운 나머지, 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사건은 김기현 의원에게 소명의식을 부여했다. 김 의원은 맏아들 밑으로 세 딸이 있는 '다둥이 아빠'다. "배우자야 (정치를) 같이 고민하고 의논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선택과 관계없이 정치인의 자식이 됐다"는 김 의원은 "공작수사로 아빠가 연일 톱뉴스가 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정말로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김기현 의원의 딸은 김 의원이 무혐의·불입건되고 상대방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무렵 "봐라. 우리 아빠 잘못한 것 없다"고 친구에게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절친한 친구들은 딸의 부친이 김 의원인 것을 아는터라, '하명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마음앓이를 하다가 마침내 결백이 입증된 날, 친구들에게 비로소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딸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슬픈 것인지 느꼈다"며 "국가폭력을 겪으며 이러한 정치문화와 사회구조를 결코 우리 아들딸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세력에 국민의 심판
내려질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마다 않겠다"
핵심당직 두루 거쳐…내년 차기 원내대표 물망
"몇 갈래의 길 중 어디일지…생각 가다듬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의원은 18대 재선 때 대변인과 원내수석, 19대 3선 때 정책위의장 등 '당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율사 출신 '엘리트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부정개입·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라는 '국가폭력'을 거치며 야성의 투사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김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는 감나무에서 절로 떨어지는 감 먹듯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피를 먹고 자라는 자유민주주의가 내 피를 필요로 한다면 내놓겠다는 각오로 국회로 다시 들어온 것"이라며 "오만하고 불통이고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세력에 국민의 심판이 내려지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자처했다.


이어 "입법·사법·행정을 두루 경험했고 선수(選數)도 4선"이라며 "국민의 사랑을 받을만큼 받았으니,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회복하고 번영하는 대한민국, 안전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해야할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미 정책위의장까지 핵심 당직을 두루 거쳐본 김기현 의원이 해야할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당장 내년 5월의 원내대표 경선이 제일감으로 떠오른다.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내후년 3·9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해오는 지도부를 상정해볼 수 있다.


또, 그의 연고지인 울산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대망론'의 열망도 뜨겁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울산이 낳은 정치인 중에서 그만한 인물이 없다"며 "예로부터 울산에 '학머리 아래에서 큰 인물 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김 의원이라는 말도 있다"고 귀띔했다.


직접적인 질문에 김기현 의원은 역할을 가리지 않겠다고 손을 내저었다. 김 의원은 "불쏘시개나 백댄서를 해야 한다면 그 역할을 할 것이며, 깃발을 들고 장수가 돼야 한다면 또한 할 것"이라며 "몇 갈래의 과정 중 어디에든 참여해서 내가 해야할 역할을 찾겠다. 어느 길일지는 아직 여러 모로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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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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