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딸 등 북한 내 가족 안위 문제로
망명 공개 꺼려온 것으로 전해져
2년 전부터 행적이 묘연했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조 전 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조 전 대사 망명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망명 배경에 대해서도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구체적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이 민감한 탈북자에 대해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전 대사의 한국 정착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조 전 대사는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탈리아에는 지난 2015년 5월 부임했다. 북한은 식량지원 관련 국제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에 엘리트 외교관들을 배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대사는 전임 문정남 주이탈리아 대사(현 시리아 대사)가 유엔 대북 제재 영향으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추방당한 뒤 대사대리직을 맡아 업무를 수행했다. 조 전 대사는 임기 만료 시점이던 지난 2018년 11월 말 아내와 함께 잠적했다.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보호를 받아 제3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구체적 행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간 비밀리에 부쳐졌던 조 전 대사의 행방은 한 방송사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일각에선 정부 및 정보 당국이 국면 전환을 위해 관련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야권은 그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 사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해외여행 등을 국감 핵심 이슈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조 전 대사는 북한에 남아있는 딸 문제로 망명 사실이 공개되는 데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해 2월 보도에서 '조 전 대사 딸이 부모를 배신하고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전한 바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성길 부부 소재가 어디냐 따라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혈육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며 "조성길 본인의 입장을 견지해 이 문제는 가급적으로 노출시키지 말고 지난 시기처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어 "현재 한국에 와 있는 전직 탈북 외교관들 중 나처럼 신분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분들보다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이 훨씬 많다"며 "대한민국에 와있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들이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일가친척들의 안위를 생각해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