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각종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안팎 요지부동
민주당 이탈 지지율 흡수 못해…민주당 15.5%p 하락 동안 1.8%p 상승
"文정권에 등 돌린 국민들, 국민의힘에 딱히 신뢰 보내지도 않는 현실"
당 대표할 '인물 발굴' 당면 과제 평가…지도부 체질 개선 요구 목소리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4·15 총선에서의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15~20%p 씩 뒤지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상황에 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한 때 역전까지 이끌어내는 등 일정 성과는 거뒀으나, 여전히 30% 안팎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부동산 정책 시행과 조국·윤미향·추미애 사태에 이어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 등 현 정권 실세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금융비리 게이트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국민의힘이 지지율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다는 평가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추이를 기록하고 있는 데는 '대안 야당으로서의 믿음을 국민에 주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당장 4·15 총선 이후 쏟아진 각종 악재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상당 부분 하락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요지부동인 점이 이를 반증한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506명에게 정당지지도를 설문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 민주당의 지지율은 31.3%,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0.2%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민주당의 뚜렷한 지지율 하락세와 무당층의 폭발적인 증가다. 4·15총선 직후 같은 기관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46.8%, 국민의힘이 28.4%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무려 15.5%p 빠졌는데, 국민의힘은 고작 1.8%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무당층은 지난 12~14일 조사에서 14.3%로 조사됐다. 총선 직후 조사에서 무당층은 5.6%로 조사돼 지지정당이 없다고 한 응답자가 8.7%p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의 각종 비리와 불공정 사례를 지켜보며 민주당에 등을 돌렸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딱히 신뢰가 가지도 않는다는 현실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우리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개선해 나아가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야권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러한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지난달 진행했던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취임한 6월초나 지금이나 통계학적으로 (정당 지지율이) 똑같다"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야 이길 수 있는 길이 생기는데 '괜찮아, 잘될꺼야' 하고 있다보면 진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는 역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승리와 2022년 대선에서의 정권 탈환이다. '미니 대선'이라 불리는 보궐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중량감 있는 개별인사의 존재감 확보가 필수라는 평가지만, 이 부분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같은 문제는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재명 경기지사(20%), 이낙연 민주당 대표(1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윤석열 검찰총장(3%) 홍준표 무소석 의원(2%) 원희룡 제주지사(1%) 순이었는데, 보수야권의 잠룡으로 여겨지는 인사들 중 현재 국민의힘 소속은 원희룡 지사 한 명 뿐이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평소 정치권의 세세한 이슈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일반 국민들은 결국 특정 인물에 대한 호감도와 이미지로 정당 자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며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대표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지는 와중에 야권에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정작 중요한 선거 국면을 맞이하게 됐을 때 보다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공산도 크다"고 우려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지도부의 부족한 운영방식에 지지율 정체의 책임이 있다고 분석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기류가 커져가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받으며 민주당과의 격차는 줄일 수 있었지만 비대위 출범 초기부터 줄곧 주창했던 혁신과 변화의 부분에서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당을 대표할 '얼굴'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 끌어안기'와 기본소득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등 김종인 위원장이 제시한 아젠다는 충분히 혁신적이었고, 당연히 도전했어야만 하는 시도였지만 주변 환경과 타이밍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코로나 사태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윤미향·추미애 사태 등 굵직한 정쟁의 이슈가 연달아 터지며 국민의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혁신'이라는 것이 어차피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명제도 아니지 않는가, 차분하고 꾸준하게 목표를 추구하다보면 언젠가는 다수의 국민들에 인정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인물'을 발굴하고 국민의 이목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스피커'로 키워내야 할 때이다. 이 문제가 먼저 선행되지 않고 그간의 관성을 답습하면 정작 선거 승리라는 당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당원들 다수의 생각도 같다고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