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밖 안철수에 자칫 경선 '지역예선' 격하될라
"대권주자는 대권주자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
나경원, 친문 음해 사전 차단…출마 임박 분석
오세훈, '결자해지' 선점당한 것 아쉽단 관측
당밖에 거물급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에 내실을 기하기 위한 고심에 빠졌다.
범야권 전체로 보면 후보군이 풍부해졌지만, 자칫 국민의힘 경선이 '지역예선'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고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시선을 잡아끌 '대권주자'급 후보의 출마 결단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기들 조직 내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라는 것은 자기들이 꽃가마를 타겠다는 것"이라며 "나는 대선을 내려놨는데, 그 사람들은 뭘 내려놨느냐"고 계속해서 국민의힘 입당 및 내부 경선 참여에 거리를 뒀다.
금태섭 전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들은 '민주당이 잘못했으니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맡아서 해보라'는 게 아니다"며 "정치 전반에 대해 아주 실망이 크기 때문에 내가 무소속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역시 입당에 선을 그었다.
안철수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이 계속해서 당밖에 머물면서 시장 후보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지난 2011년 '박원순 모델' 식의 '막판 단일화'를 노리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흥행력을 잃게 된다. 마치 '결선 토너먼트'는 따로 있는데 '지역예선'을 벌이는 꼴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금태섭 전 의원은 차치하고서라도 안철수 대표는 '대권주자'"라며 "대권주자는 '비대칭전력'이다. 같은 대권주자로 맞서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서도 예비경선 단계에서부터 나경원 전 원내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출입국기록과 출생증명서를 추가로 공개했다. 지난 21일 아들의 군 입대와 동시에 소견서를 공개했으나 친문(친문재인) 진영 일각에서 '소견서 위조설' 등과 함께 "출생증명서를 공개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후속 음해에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단에 나선 것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1년 박원순 전 시장과 대결했을 당시 이른바 '1억 피부과 시술 음해'에 제대로 손도 못 쓰고 당한 적이 있다. 이 건은 실제로는 550만 원을 지출했던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선거전의 대표적 흑색선전 사례로 남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1년 '피부과 음해'에 눈뜨고 당했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나 전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사전에 좌파 세력의 음해 루트를 파악하고 치밀하게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건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때,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느낌"이라고 관측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출마 가능성 또한 살아있다. 다만 안철수 대표에게 선수를 빼앗긴 측면이 있다는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박원순 전 시장을 고리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대표, 오세훈 전 시장이 전부 엮여있는 키워드다.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고, 안 대표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했던 박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며 그를 키워줬다. 나 전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의 당선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작게는 한 여성의 비극, 크게는 1000만 서울시민의 '잃어버린 10년'이 초래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자해지'는 오세훈 전 시장도 충분히 들고나올 수 있는 명분이었는데, 안철수 대표가 발빠르게 먼저 가져갔다"며 "'나도 결자해지 하겠다'고 뒤늦게 따라가는 것은 모양새가 살지 않기 때문에, 오 전 시장이 출마하려면 새로운 명분 찾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설도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독대 과정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은 정치권의 모든 소문을 전해듣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유승민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은 여의도에서는 어제오늘 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본인으로부터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