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숨지기 전 아동학대 정황 의심 신고를 세 차례나 부실 처리한 양천경찰서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3일 서울양천경찰서 게시판에 '양심이 있다면 경찰복 벗어라. 국민 세금 아깝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당신들 때문에 어리고 예쁜 16개월 아기가 고통 속에서 살다 죽었다"며 "누가 봐도 학대에 의한 상처였다"고 했다.
그는 "과연 당신들이 이 나라의 경찰이 맞나 보는 내내 한심하고 분노가 치민다"며 "누굴 믿고 이 나라에 살아야 하나. 그 수사가 뭐가 그리 어렵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이날 '아동학대 가해자의 말만 듣는 경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의사 선생님이 강력하게 신고했지 않느냐"며 "아랫집, 옆집 찾아가 무슨 소리 못 들었는지 물어보고 신고하면 책상에 앉아서 전화만 받지 말고 CCTV도 확보 좀 하고 할 수는 없느냐"고 항의했다.
이 밖에도 '외상이 눈으로 보여야만 아동학대인가', '당신들은 공범이다', '정인이 살인 방조'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이 어떻게 학대를 받아 숨졌는지 파헤쳤다.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목동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입양된 지 9개월 만이다. 당시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고 곳곳에 멍이 발견됐다.
당시 의료진은 정인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동학대가 의심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2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양이 지난 5월부터 부모에게 학대를 받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모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소아과 전문의는 "경찰분들에게 강력하게 말했다"라며 "부모와 분리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라며 분노했다.
입양아를 차 안에 방치한 것을 본 이웃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한달 뒤 차량이 주차돼 있던 인근 건물을 방문했다. 이미 사건 당일 CCTV는 지워져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여러 상처에 아동학대 신고를 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어린이집으로 출동해 조사했다. 정인양의 양부모는 무혐의 처분이 났다.
어린이집 교사는 "경찰이 어린이집을 출동해 아동 학대 조사를 시작했지만 경찰관은 '뼈가 부러지거나 어디가 찢어지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하더라"라며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3일 새벽 1시간가량 다운됐다.
한편 온라인상에서는 상습 학대를 당하다 숨진 아이의 이름을 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