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내사종결
경찰에 비판여론 고조되자 민주당도 꾸짖어
"경찰의 전문성 부족·무관심·안일함 때문"
정치권 뒤늦게 정인이법 임시국회 처리키로
경찰이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을 내사종결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당시 수사했던 경찰관과 지휘관을 징계하라는 요구부터 경찰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하다.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그간 검찰개혁만 외쳤던 더불어민주당도 경찰의 부실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5일 서면 브리핑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인 검찰개혁은 기소권과 공소권을 분리해 검찰에 독점됐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시작"이라며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부패 및 경제사범 등을 제외하고는 범죄행위의 일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경찰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허영 대변인은 "경찰은 검찰이 독점했던 시절처럼 권한이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른 절제된 공권력을 행사하길 바란다"며 "특히 정인이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안일한 초동대응과 부실 수사가 참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뼈를 깎는 성찰과 쇄신으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인아 미안해'라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함을 금할 수 없다"며 "가장 분노한 것은 생후 16개월 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음에도 (경찰이) 수사를 종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원내부대표는 "정인이 사건을 처리한 경찰 대응은 문제"라며 "정인이가 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유치원, 어린이집, 병원 등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경찰의 전문성 부족과 무관심, 안일함 때문에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부대표는 "경찰 담당자 대부분은 주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만 받았다. 양천경찰서장은 징계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며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과 더불어 경찰의 대응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올해부터 검찰의 지휘 없이도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는 등 수사의 권한이 확대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과거 음주상태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내사 종결한 데 이어 정인 양에 대한 세 차례의 신고도 내사 종결해, 안일한 대응과 부실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경찰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침묵을 꼬집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쯤 되면 정부·여당은 검찰보다 경찰 개혁을 먼저 주장할 수 있는데 침묵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아이가 죽어간다는 신고를 세 번이나 받고도 경찰은 왜 아무것도 안 했는지 답변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검찰 출신인 김웅 의원은 "정인이에 대한 세 번의 신고가 내사 종결된 것과 이용구 차관의 사건이 내사 종결된 것은 결국 나라가 비정상이라는 증거"라고 성토했다.
이와 별개로 여야는 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개정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인 백혜련·김도읍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인이 방지법'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크게 △아동학대 범죄 처벌 강화 △학대아동 보호 제도 개선 △아동학대 조사 기능 강화 등 세 축으로 40여개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치사에 대한 처벌을 현행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을 6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 청년의힘 공동대표 김병욱·황보승희 의원은 피해아동과 목격자 등이 가해자와 분리된 곳에서 진술조사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16개월 정인이법'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