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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재발견. “니가 왜 거기로 나와”


입력 2021.01.08 07:00 수정 2021.01.07 07:16        데스크 (desk@dailian.co.kr)

‘안철수 효과’의 반향 큰 만큼, 야권 경선 흥행에 큰 도움

예기치 않은 ‘빅 매치’ 되다보니, 여권 후보들 몸 사리기 시작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이 잘 정리되면 흥행에 성공할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B급 대선주자’ 취급을 받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A급 대우를 받는다. 요즘은 단연 안철수가 대세다. 먼저 자리를 선점을 하고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그 전엔 ‘다 죽었나’ 싶었고 ‘잊어졌다’ 생각됐다. 그러나 극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총선 직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던 문재인 대표와 갈라서, 쫓겨나듯 신당을 차렸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총선에서 호남출신 의원들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시 진정한 패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이었고, 승자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었다. 그러나 전리품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대부분 차지했다. 그가 이끄는 야당이 한 석 차로 ‘국회 제1당’ 지위에 올랐고, 그 결과 국회 권력을 차지했다. 이를 기반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였다. 내친김에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자리까지 차지했다. 그 와중에 3당이었던 안철수 대표는 다시 위기를 맞는다. 주력이었던 호남의원들과의 갈등이 계속됐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대선에서 잠깐 반짝하다가 3등을 기록하면서 ‘잊혀진 인물’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남달랐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다시 저력을 발휘했다. 협업이 아니라 개인기를 활용해서다. 마라톤을 하며 혼자 선거운동을 했다. 독특한 행보로 이목을 끌었고 그가 이끄는 당은 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여당 싹쓸이와 양강구도 속에서 얻은 예상 밖 값진 성과였다. 하지만 안철수 자신은 나이에 맞지 않게 또 ‘뒷방 늙은이’가 되는 듯 했다. 몸집은 커져서 대선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았지만, 정작 대선에 대한 기대여론은 높지 않았다. 역시 ‘영원한 3등 주자’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다시 오뚝이 같이 살아났다. 의외의 한방을 날리며 다시 깜짝 스타가 됐다. 체급을 낮추며 ‘신선한’ 도전을 한 것이다. 만년 3등의 대선주자라는 명분보다는 ‘소통령 서울시장’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야권 단일후보’를 주장하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제일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다. 순식간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한가하던 제1야당 <국민의힘> 후보군을 당황스럽게 했다.


사실 <국민의힘>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상황이었다. 대선 후보군은 목표를 대통령에서 소통령으로 내리는 다운그레이드(downgrade)에 눈치를 봤다. 정권심판 분위기가 고조되고 여론조사가 유리해 지니, 서울시장 자리를 덥석 물고 싶지만 눈총을 받을까 꺼려했다. 만약 도전의사를 밝혔다가 공천도 받지 못하면 대선도전도 물 건너간다. 체면(體面)이 말이 아니게 되어 정치생명도 위태로울 수 있었다. 거물급들이 이런 상황인데도, 신인들이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었다. 메이저리그가 확정이 안 되니 마이너리그도 의사표시를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야권의 후보군 구도의 답답한 상황이 한참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느릿느릿 가던 시계가 갑자기 빨라졌다. ‘안철수 효과’였다. 계륵(鷄肋)같던 작은 어장에 난데없이 안철수라는 매기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거물들은 화들짝 놀랐고, 그들을 보며 몸을 사리던 어린 물고기들은 더욱 주눅이 들었다.


‘안철수 효과’의 반향이 큰 만큼, 일단 야권 경선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서울시장 선거가 예기치 않게 ‘빅 매치’가 되다보니, 여권의 후보들도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여권은 가뜩이나 후보 가뭄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이 된 것이다. 박영선 장관이 주목받았지만 당선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총대를 메는’ 형국이 됐다. 이왕에 출마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이 그나마 러닝메이트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우상호 의원을 지지한다며 슬그머니 빠졌고, 박주민 의원도 핑계를 대며 불출마선언을 했다. 여당엔 흥행요소가 거의 없어진 분위기다. 이렇게 박영선 장관이 ‘무난히’ 후보가 되면, 현 정부 여성장관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떠안고 선거전을 임해야 한다. 선거결과는 모른다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야권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질 기세다. ‘안철수 효과’는 그들의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어줬다. 이들은 지명도는 높지만 서울시장으로서 그리 흔쾌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오 전시장은 이미 서울시장을 했으나 그의 사퇴로 현 여권이 대권의 꿈을 꿀 수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이러한 과거사는 일종의 업보가 됐다. 나 전 의원도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또 두 분 모두 얼마 전 총선에서 낙선한 패장들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 줬는데,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스스로 급을 낮추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지는 경선, 본선 모두에서 핸디캡이 될 것이고, 향후 정치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고민을 안철수 대표가 한 번에 해결해 준 것이다. 이제 서울시장은 거물들의 경합장이 되었고, ‘단일화’라는 명분도 생겼다. 세가 불리하면 양보하는 듯 피해주면 된다. 실리와 명분 양수겸장이다.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국민적 역적이 된다. 여론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조사에 의하면 야권이 둘로 나뉘면 여당 후보에게 이길 수 없다. 안철수 대표가 1등후보지만, <국민의힘> 두 예상후보의 지지도를 합하면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국민의힘> 두 후보 표가 합해지면 안철수 후보를 이길 수 있고, 야권의 후보 모두가 단일화를 해야만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권 후보단일화’는 문재인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잘 정리되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고, 그러면 서울시장 자리도 야당이 뺏어 올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 대선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올드보이’들이 총출동해 정치시장을 장악하면 신인이 들어설 공간이 없어진다. 정당은 인물을 길러냄으로서 정치에 기여한다. 그것은 정권창출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다. 그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현 야당은 한 번의 충격으로 오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고 불리지만,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학습코스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서울시장직은 국정운영에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된다. 그런데 기존의 대선후보들이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퇴행’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야권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후보와 함께,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신진후보들이 활약을 하면 ‘올드보이’들도 젊어지고, 서울시정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대선도 더욱 미래지향적인 선거가 될 것이다. 어렵겠지만, 뻔한 게임이 아닌, 역동적으로 바뀐 분위기를 소망해 본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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