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반토막, 영업이익 적자로 구조조정 불가피"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악화로 전체 임원 숫자를 크게 줄이고 임금도 삭감한다.
르노삼성은 연말 임원인사를 계기로 전체 임원의 40%가량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50명 내외의 임원 중 20명 가량이 회사를 떠나고 3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남은 임원들도 이달부터 20%의 급여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회사측은 “2016년 27만대에 달했던 생산량이 지난해 11만여대로 줄었고, 2013년부터 이어온 영업이익 흑자행진도 끊길 상황”이라며 “임원들부터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 판매에서 전년 대비 10.5% 증가한 9만5939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으나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수출이 77.7%나 감소한 2만227대에 머물렀다. 전체 판매는 34.5% 감소한 11만6166대에 그쳤다.
판매가 급감하며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 적자가 기정사실화됐다.
올해는 XM3의 유럽 수출이 본격화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과거 로그 물량을 대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회사측은 XM3 수출이 계획대로 이뤄지더라도 2015~2019년 로그 연평균 판매량의 절반인 5만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유럽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르노삼성은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해 교섭에서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의 요구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임원을 절반 가까이 내보내고 임금까지 삭감하는 형편에 노조도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소모적 대립은 피하고 무분규 타결을 지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섭이 틀어지면 언제든 파업 카드를 내밀 수 있다. 노조는 당초 오는 8일부터 12일 사이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잡아놓았다가 교섭 일정이 잡히며 보류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해 놓았고, 조합원 찬반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하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실적 회복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XM3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유럽 수출만 시작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예상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유럽 시장이 위축되면서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노사가 협력해 합리적인 비용구조와 안정적인 생산 체제로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