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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칸에 강아지 방치?…반려견 경태 학대 의심받던 택배기사


입력 2021.01.11 14:37 수정 2021.01.11 17:53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경태ⓒ온라인 커뮤니티

동물 학대를 의심받아온 택배기사의 속사정이 공개돼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려견과 함께 하는 택배기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택배 기사 A씨가 지난달 트럭 짐칸에 강아지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 담겼다.


앞서 누리꾼 B씨는 택배기사 A씨가 강아지를 학대하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B씨는 "저녁에 항상 택배 물건들 사이에 강아지 혼자 있는데 너무 위험해 보이고 춥고 누가 해코지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B씨는 "강아지 진짜 꼬질꼬질하게 벌벌 떨면서 있다. 점심 시간대에 항상 혼자 있고 저녁에 퇴근길에도 보는데 늘 짐칸에 있다"라며 "바쁜 건 이해하지만 택배 물건들이 넘어질 수도 강아지를 누가 데려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경태ⓒ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B씨가 수차례 올린 동물 학대 저격 글에 이웃 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오지랖 부린 여자가 강아지한테 쌀죽에 참기름 넣은 거 먹여 버려서 기사님이 종일 강아지 띠로 메고 일하신다고 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강아지 집에서 너무 짖으니 주위 민폐에 애 목이 쉬어서 아프다고 매일 데리고 다닌지 수개월째다. 엄청 자식처럼 아끼는 강아지인데 무슨 근거로 학대라 하느냐"고 A씨를 옹호했다.


논란이 커지자 택배 기사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접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명 글을 올렸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라고 밝힌 A씨는 반려견 열 살 말티즈 '경태'를 소개했다.


A씨는 2013년 집 앞 주차장 화단에서 겨우 숨만 붙어있던 경태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태는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타격으로 온몸이 골절되고 털도 빠진 상태였다고 했다. 돌아다니는 뼛조각 때문에 수술도 몇 차례 했다.


경태ⓒ온라인 커뮤니티

심장사상충 말기 상태로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던 경태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를 계기로 반려동물에 큰 애정이 없었던 A씨의 인생도 크게 바뀌었다고 A씨는 밝혔다.


경태는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A씨가 보이지 않으면 24시간이든 48시간이든 아무것도 먹지도 바라는 것 없이 짖고 울기만 한다고 했다. 택배 업무 특성상 육체적 노동과 함께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경태를 돌볼 시간이 A씨에게는 없었다.


A씨는 고육지책으로 조수석에 둬도 불안해하는 경태를 배송할 때만 짐칸에 두기로 했다. A씨는 "조수석이나 운전석 뒷공간에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줘도 경태에게는 무용지물이라 그냥 저와 경태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물 학대라고 지적한 B씨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부분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걱정하는 부분을 조금만 지켜봐 달라. 차후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했다.


경태ⓒ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9일 다시 한번 근황을 전했다. 그는 "경태와 저의 안위는 마음 놓으셔도 된다"며 "제가 경태를 짐칸에 두고 배송을 하면서 아이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30초에서 1분 내외였는데 저희 사연 때문인지 왔다 갔다 할 때 경태를 지켜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참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분리 불안 증상이 완화되도록 도와주신다는 분들도 많았지만 경태가 노견이고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며 "시간이 걸려 분리 불안을 고친다 해도 이제는 경태가 없는 동안 제가 더 분리 불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지금 이대로도 너무 행복하고 만족한다"며 "저와 경태를 격려해주신 은혜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A씨와 경태의 사연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강아지는 조금 추워도 조금 심심할지라도 그냥 주인이랑 있는 게 제일 좋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아빠는 먹이 사냥 갈 때 아이는 아빠의 짐을 지켜주고 어느 순간 낑낑거리는 소리를 낸다. 바깥세상은 경태에게 가혹한 세상이였다 보니 그런 바깥세상에서 다치지 말고 돌아오라는 경태의 마음의 소리인 듯하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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