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종민이 경기도 보편 재난지원금 비판하자
"국민 폄하·의식 수준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발끈
이낙연 향한 호남 민심 균열 보이자 29일 광주行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또 상승세를 몰아 여권 내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대표의 '안방'인 호남 지역 공략에 나선다.
이 지사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당정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정책이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당 지도부 비판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보편적인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닐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국민들 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 같으면 1인당 2~30만원 지급됐다고 방역 지침을 어겨가면서 막 쓰러 다니고 그러겠느냐"며 "이건 사실 국민을 폄하하는 표현에 가깝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13일)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전 도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추진하고 있는 이 지사를 겨냥해 "방역 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을 맞받아 친 것이다.
그동안 이어지던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체제가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이재명표 정책'에 더욱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 이 지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3위로 주저앉았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 이 지사는 25.5%, 윤 총장은 23.8%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14.1%로 1·2위와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었다.
게다가 호남·친문(친문재인) 의원도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하고 나서 '이재명 대세론'에 날개를 달게 됐다.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은 연일 이 지사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비서관·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가치와 노선을 함께 할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인이 걸어야 할 바른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같은) 고향 출신인데 왜 그러느냐(지지하지 않느냐)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출신 지역이 호오나 찬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지난 12일 광주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도 "시대에 부합하는 사람, 시대적 과제를 잘 풀어나갈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낙연·이재명) 두 분만 놓고 판단하자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이 지사의 행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전남지사를 지낸 이 대표의 안방인 호남 지역에서까지 이 대표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 이 대표는 29.1%, 이 지사는 26.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지사는 오는 29일 인공지능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는다. 지난해 10월 이용섭 광주시장이 '인공지능(AI) 산업육성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경기도청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이 지사는 이 시장과 면담하고 광주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향한 호남 민심이 균열을 보이자, 설 연휴를 앞두고 이 지사가 호남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