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3선 이상은 대통령 못 된다' 징크스 깼다
50년 정치경륜에서 나오는 '통합의 정치' 원해
사회갈등 앓는 우리도 '통합형 정치인' 부각?
보수 일각의 '수익형 음모론'은 우려되는 요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식을 갖는다. 바이든 시대에 펼쳐질 '분열의 치유, 통합의 정치'가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조지 워싱턴 이래로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정치 경력이 오랜 인물이다. 1970년 군(郡)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뒤 50년만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정치 인생이 반백년에 달하는 것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기성 정치인, 다선(多選) 의원을 불신하는 풍토가 없는 게 아니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와 같은 전쟁 영웅, 로널드 레이건 같은 영화 배우,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업가가 갑자기 정치권 밖에서 들어오거나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같은 '혜성'이 대통령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연방상원의원을 3선 이상 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직까지 없었다. 그런데 상원 7선 중진 출신의 조 바이든이 이번에 오랜 징크스를 깼다. 미국의 시대정신이 갈등을 접고 통합을 원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란 곧 사회적 갈등의 조정과 수렴"이라며 "50년 동안 정치를 했다는 것은 50년 동안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며 분출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해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 본인도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 시대 분열로 얼룩진 미국 사회의 국민통합에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지난달 15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대국민연설을 통해 "모든 미국인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내게 투표한 사람은 물론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가진 대선 승리 선언의 취지를 반복한 것이다.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적색 주(공화당 성향의 주)나 청색 주(민주당 성향의 주)가 아닌 미합중국을 바라보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우리 국민들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의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준 분들'을 호명하며 "우리는 적이 아니다. 우리는 다같은 미국인"이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든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한 뒤, '트럼프 시대' 때의 극심한 국민 이간과 분열의 통치상을 뒤로 하고 실제로 통합의 정치를 펼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극심한 사회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의 취임 연설에서 "지금 내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오늘부터 나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분 한분도 나의 국민"이라며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문재인정권 집권 4년 간의 통치 행보는 국민통합보다는 '갈라치기'로 통칭되는 이간과 분열이 주를 이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코로나19 창궐 와중에 의사 단체가 정권의 정책에 반발하는 일이 생기자, 대통령 본인이 직접 SNS에 글을 올려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해 분열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고 쓰러진 의료진은 대부분이 간호사였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냐"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의 SNS 계정에 올라온 이 글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간호사와 의사 간의 패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눈을 의심할 정도"라며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3류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도 지난 4년 동안 이같은 이간과 분열 통치에 지쳐가고 있다"며 "태평양 너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간다고 한다면, 향후 우리 선거에서도 '통합형 정치인'이 각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진보 정권에서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통합'을 내세워야할 보수 진영 일각에서 퇴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릇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치적 과시를 위해서라면 한반도의 독재자와도 거리낌없이 손을 맞잡을 수 있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안보 공약 이행에 무신경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일부 극단적인 세력이 끝까지 두둔·옹호하고 있어 보수 진영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엎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거나, 정적들을 체포한다는 유언비어를 신봉하며 이를 응원하는 행태까지 보여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세력이 맞는지조차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을 지냈으며 '호밀밭의 우원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우원재 씨는 최근 웹진 '제3의 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순간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은 감히 보수와 자유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유튜브 장사꾼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광신적 트럼프 지지와 음모론의 확산을 보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도 같은 패"라고 질타했다.
우 씨는 "1월 20일 바이든이 백악관에 입성하고 나면, 우파 진영 내에 주사파와 같은 반미 세력이 등장하게 될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며 "그게 또 하나의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