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면 말할 때 아냐" 공식 입장 밝혀
이낙연 입지 좁아지나 "대통령님 뜻 존중한다"
문 대통령 쐐기에 與지지층에선 '책임론' 확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확실히 거리를 두면서 사면론을 처음 제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신년 인터뷰에서 통합을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가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핵심 지지층이 이탈해 이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15일 한국갤럽 기준으로 10%까지 추락했다.
일각에선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 문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뜻도 사면에 있지 않음이 확인되면서 이 대표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이로 인해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런 형벌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대표발로 촉발된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에 문 대통령이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국회에서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사면 관련 답변에 별다른 언급 없이 고개만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사면에 반대했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3선의 정청래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옳다"며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국민들의 일반 상식의 눈높이에 맞는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국민 상식의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불만이 많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 땅의 사법 정의의 관점에서 보아도 대통령의 말씀은 지극히 옳다"며 "정의와 상식이 국민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 적폐 청산의 역사적 물결은 도도하게 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5선의 이상민 의원도 "대통령께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잘한 일"이라며 "사면과 관련해 더이상의 논란은 소모적 정쟁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그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 더이상 사면 관련 논란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낙연 책임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는 사실상 이 대표 불신 의사를 드러내면서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사면을 꺼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이낙연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님의 말씀과 대표의 말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표도 사과와 반성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먼 미래를 바라보고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