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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원전 논란에 '김정은 USB' 재조명..."원본 공개" 요구도


입력 2021.01.31 10:56 수정 2021.01.31 13:54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정치권에서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 일파만파

1차 정상회담 후 산자부 원전건설 파일 작성돼

문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직접 건넨 USB에 주목

유승민·장성민 "USB에 어떤 내용 있나 밝혀야"

지난해 12월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검찰은 하루 전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 내부자료 삭제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려고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이 '소설'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극구 부인하는 상황이라 의혹을 풀 열쇠로 주목된다.


월성원전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에는 북한 원전 관련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다.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는데, pohjois(뽀요이스)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60pohjois 폴더 밑에는 '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의 약자로 보이는 '북원추' 폴더가 있었다. 이 안에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 '북한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등의 파일이 들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북한에는 전력지원을 위해 원전을 지워주는 방안을 검토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폴더명을 알아보기 어려운 핀란드어로 해놓은 것은 보안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파일을 작성한 시기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인 2018년 5월에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 1차 남북정상회담의 백미로 꼽혔던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발전소…"라고 말했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당시 배석자는 아무도 없었던 터라 두 정상의 입 모양을 분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두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다만 신(新)경제 구상이 담긴 책자 및 PT영상을 USB에 담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 USB 안에는 발전소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갖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USB 안에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드러난 증거만 보더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려 했다는 건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파일 내용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야당 비판의 말꼬리를 잡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유 전 의원은 "청와대는 가짜뉴스니 법적 대응이니 야당을 겁박할 게 아니라 '뽀요이스 북원추' 파일에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준 USB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은 무엇을 지시했는지,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은 이적행위자란 오명을 스스로 벗어내야 한다"며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USB 원본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이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자력발전소는 폐쇄하고 우리 원전 기술은 파괴하면서, 북한 원전건설 추진 방안을 정부의 핵심 부처인 산자부에서 기획했다면 이것이 이적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국민 몰래 어디까지 국가기밀을 북으로 빼돌렸는가에 대한 의혹을 가진 국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네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와 2018년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과 상충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한기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1일 "USB를 건넸다는 보도는 거짓"이라며 "두 정상이 물밑 거래를 했을 것이라 은연중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부총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현장에서 직접 문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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