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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달라졌을까…금태섭과 첫 'TV토론' 어땠나


입력 2021.02.19 02:00 수정 2021.02.19 08:33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소통 부족', '언제적 새정치?' 날 선 질문에

안철수, 차분하게 답변…말실수는 없었다

"안초딩 놀린 것 사과한다"…야권선 호평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 사옥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첫 TV토론에서 맞붙었다. '제3지대 단일화'의 포문을 여는 첫 토론인 만큼 정치권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수 차례의 선거를 거치며 '토론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안 대표가 이번엔 달라졌을까 하는 것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됐다.


두 사람은 토론 초반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너무 불행하게도 실패했다"며 "이 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능과 위선의 정부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문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서로 싸우게 한 것"이라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폐, 친일파, 토착왜구로 몰아붙이고 앞장서서 부추겼다. 이번 선거는 문 정부의 잘못과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초반 공통 질문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에 대한 평가',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평가',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평가' 등의 항목이 이어지며 두 사람은 무난한 토론을 이어갔다.


금태섭 "문재인 정부처럼 '소통 부족' 문제 지적받는다"
안철수 "어려운 제3의 길 걷다 보니 그런 상황 있었다"


안 대표의 토론 능력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토론 중반부터 시작된 주도권 토론부터다. 금 전 의원이 안 후보를 향해 날선 질문을 던지며 신경전이 이어졌다. 안 대표는 금 전 의원으로부터 △소통 부족 문제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한 '말 바꾸기' △10년 전 '새정치'가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금 전 의원은 우선 안 대표의 소통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금 전 의원은 문 정부 가장 큰 문제가 불통인데, 안 대표 역시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안 대표가) 독자신당을 추진하다 2014년 민주당에 입당하고 2015년 탈당하고 2017년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등 정치과정 내내 공식적 직책분들과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안 후보 캠프의 총괄 선대본부장인 3선 의원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제가 선대본부장인데 선거기간 내내 저한테 연락 한 번 안 하더라. 도대체 누구랑 소통하며 일을 처리하는지 물어도 답을 안 한다. 어디서 모여서 회의하는가 물어도 장소도 안 알려줬다'고 했다"며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안 대표는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한 뒤 "저는 절대로 혼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할 때, 이번 서울시장 출마 건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의사결정을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 할 수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언론보도보다 먼저 알아야 되는 사람들에게는 미리 전화로 하거나 만나서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 중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며 "어려운 길을, 제3의 길을 걷다 보니 그런 상황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 사옥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금태섭 "서울시장 출마 안 한다더니…말에 책임 져야"
안철수 "이번에 몸 던져 불확실성 없애야 정권 교체 가능"


금 전 의원은 이어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전 말 바꾸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이야기를 했다"며 "출마하지 않는 이유로 서울시장이 바꿀 수 있는 일과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르다고 했다. 정치인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에 "제가 열심히 대선을 준비해도, 내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야권이) 패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많은 분이 했다"며 "어떤 분들이 나오기를 굉장히 바랐지만 되레 승산은 더욱 없어져보였다"고 뜻을 바꾼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번에 몸을 던져 서울시장 보선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야권의 승리를 만든다면 다음 정권 교체도 가능해질 것 같았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가 2011년 들고 나온 '새정치'가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안 대표는 금 전 의원이 "2011년 새정치를 들고 나와 10년간 제3지대에 계셨는데 성과에 의문이 있다"고 하자 "금 전 의원이나 저나 정치를 같은 시기에 시작한 게 아니냐. 정치를 개혁한다는 의지는 여전히 굳고 똑같다"고 답했다.


홍준표 "대단한 진정…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 사과한다"
정진석 "경선 토론의 수준 끌어올리고 재미까지 선사"


토론에 대한 평가 결과만 두고 보자면, 'TV토론'이 최대 약점을 꼽혔던 과거와는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안 대표 토론을 두고 비아냥대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야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두 사람의 토론이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결단력도 돋보이고 압축된 언어 사용 능력은 대단한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말한 '서울시는 말 잘 하는 해설사보다 일 잘하는 해결사가 필요하다'는 말은 기막힌 레토릭이었다"며 "박원순 10년 동안 겉치레 행사로 망친 서울시를 다시 재건할 핵심적인 과제가 안철수 후보 그 말 한마디에 응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도 "두 후보가 경선 토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재미까지 선사했다"고 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안 대표를 깎아내렸다. 정 의원은 "안철수, TKO패. 해가 갈수록 토론 실력이 이렇게 더 떨어질 줄 몰랐다. 다시는 TV 토론 나가지 마시라"며 "제자(금태섭)가 스승(안철수)을 찜쪄먹은 금태섭의 일방적 한판승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한때 자신의 대선 선대위 상황실장이었을 만큼 자신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사람과 토론을 할 때는 '너와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금태섭에게 시종 밀리는 장면을 노출하고 말았다"며 "10년 동안 정치력과 실력의 진보가 없는 퇴물 같은 느낌만 잔뜩 심어줬다. 귀에 걸리는 말도 없었고 속 시원한 얼굴 표정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당사자 자평…安 "토론 우열 없어" VS 琴 "내가 더 잘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토론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누가 더 토론을 잘 한 것 같으냐'는 질문에 "토론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다"며 "오해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고 오해를 푸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금 전 의원은 "안 후보도 열심히 잘했다. 그러나 제가 조금 더 잘하지 않았나 한다"고 자평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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