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도? 경쟁력?…여론조사 문구 두고 물밑 신경전
김종인 "유권자, 文정부 심판할 정당 어디인지 생각해"
안철수 "제1야당만으로는 이기기 힘든 선거"
범야권 최종 단일후보 경선을 앞두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의 신경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단일화 룰을 둘러싼 양측의 포석 깔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의 입당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여론조사를 위한 문구가 단일화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론조사에서 후보의 '적합도'를 물을 것이냐, '경쟁력'을 물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현재 야권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 측은 이를 테면 '더불어민주당의 ○○○ 후보에게 맞서 누가 야권 후보로 더 경쟁력이 있는가'를 묻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한가'를 묻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금태섭 후보와 진행한 제3지대 경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묻는 방식을 택했었다. 국민의힘은 오는 2~3일 내부 경선 투표를 진행한 뒤 4일 후보를 확정하고, 안 대표와 최종 단일화에 나선다.
정치권에서는 양측이 모두 의견을 굽히지 않아 '제3의 설문조항 문항'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내일 당장 선거를 한다면 누구에게 투표를 하겠느냐'는 식으로 투표 의향을 묻는 방식이 있다.
한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최종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경우를 상정해 안 대표의 입당을 압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가 되더라도 여권 후보와 선거에서 쉽지 않은 상황인만큼, 범야권 후보가 본선거에서 '기호 2번'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는 여권 유력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의 초박빙 승부를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달 18∼19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대표 지지율은 41.9%, 박 전 장관 지지율은 39.9%로 2.0%p 격차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에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MBN 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고 치고, (국민의당 기호인) 4번을 달고 끝까지 선거에 간다면 (국민의힘) 2번을 지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자연발생적으로 선거운동을 돕고 투표장에 가서 열심히 찍겠는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것이냐. 서울시장 선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당대당 통합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최소한 통합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우리 당에 들어와서 2번을 달고 나가는 게 승리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제일 중요한 안건은 문재인 정부 견제·심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어느 특정인을 놓고 판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안 대표는 "당의 책임을 맡은 분이 본인 정당 위주로 먼저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제1야당만으로는 이기긴 힘든 선거다. 그래서 제1야당과 저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싫지만 아직 제1야당을 선택하지 않은 분들까지 모두 다 힘을 모아야하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