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김미경 교수의 정치개입설 질문 받자
"김종인 배우자와 동명이인…그분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여의도에 파다" 역공
"제1야당 책임지는 분, 민주당 후보 공격해야"
야권 단일화 협상이 수렁 속으로 빠진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상대로 공격적인 면모를 보였다. 정치 상황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강한 모습을 내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는 1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그동안 김종인 위원장이나 오 후보의 공세를 대체로 들어넘겼던 것과는 달리,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로 역공을 전개했다.
이날 토론 도중 오세훈 후보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제기한 안철수 후보의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정치적 의사결정 개입설 질문이 나오자, 안 후보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집에서 전혀 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의 가족을 공격하는 것은 위기에 몰렸을 때 마지막으로 꺼내는 카드인데, (오세훈 후보가) 많이 몰리고 있나보다고 생각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배우자가 내 아내와 이름이 같은데, 정치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여의도에 많이 퍼져있다"며 "그분과 착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자기 당의 위원장을 디스(비판)한 게 아닌가 그런 해석"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애초 이 문제를 제기한 이준석 본부장을 향해서는 "(자기 당의 위원장을 디스했으니) 잘리겠다, 곧"이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한 공격은 다른 대목에서도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김 위원장이 이날도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는 질문에 대해 "제1야당을 책임지는 분의 역할은 치열한 선거 국면에서 상대 정당인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게 역할 아니냐"며 "(나에 대해) 어떤 말이 나올 때마다 '저 이야기는 박영선 후보에게 하는 이야기인가보다'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고 받아넘겼다.
이준석 본부장의 주장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화살이 김종인 위원장을 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그간의 잇단 공세에 말을 아껴왔던 그간의 안 후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또 자신을 향한 공격에 대해 '박영선 후보를 향한 공격인가보다고 생각한다'고 돌려친 것은, 김 위원장이 박 후보에 대한 공격에는 정작 느슨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공세로 태세를 전환한 것은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최근 판세가 더 이상 자신을 향한 공격을 단일화 이후를 염두에 두고 묵묵히 들어넘길 정도로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도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김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며 이들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묶어놓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합당 추진' "신뢰 높지 않다" 오세훈 평가엔
"합당해본 적 한 번 없는 분…실무도 모를 것
내가 잘 알고 있으니 가르쳐드리겠다" 맞받아
'협상 정국' 급변 염두에 두고 강공 전환한듯
단일화 경쟁자인 오세훈 후보를 향해서도 '공세 모드'였다. 오 후보가 이날 오전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합당은 단계로 보면 10단계가 넘는다"며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그 부분에 대해서 신뢰가 높지 않다"고 자신의 '야권 대통합 추진 선언'을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 당장 반격이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오 후보의 해당 발언을 가리켜 "오세훈 후보는 합당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분이라 실무적으로 (합당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를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으니,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가르쳐드리겠다"고 맞받았다.
이날 안 후보는 "사람이 만든 조직 중 정당이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데, 나는 정당 대표를 여러 번 했고 전국단위의 모든 선거를 다 치렀다"며 "현역 정치인 중에서 당대표로서 모든 전국단위 선거를 치러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직 서울시장인 오 후보에 비해서 정치적 경륜이나 무게감이 결코 덜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같은 안철수 후보의 '공세 전환'은 야권 단일화 협상이 벽에 부딪혀, 정국이 급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강한 모습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국민의당 단일화 실무협상단이 하루 종일 논의를 이어갔으나 끝내 협상은 좌초됐다. 18일 오전 이른 시간 중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19일 오후 6시 후보등록 마감 전까지 단일후보 선출 여론조사를 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8 10항에 따라 단일화 경선을 위해 선관위를 경유해 이동통신사로부터 정당이 발급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즉시 폐기해야 한다. 다시 발급받으려면 같은 조 2항 2호에 따라 10일이 소요된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29일 이전 후보 단일화가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국은 파탄이 누구로 인한 것이냐를 두고 싸우는 '책임론 정국'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안철수 후보가 판세상 불리해질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세세한 부분은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대신 '야권 지지자'들의 민심을 잡는 '대승적 결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후보는 18일에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주재 외에 아무런 공개 일정도 잡지 않았다. 서울시장 후보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최근의 상황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모종의 결단을 발표하기 위한 긴급기자회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이날 토론 도중 안 후보는 '대승적 결단'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나도 협상팀에 대승적으로 받아서 가능하면 합의를 이루라고 이야기했다"며 "(협상) 결과를 듣고나서 다시 (결단 여부를) 판단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