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 마감일 이틀 앞두고 결국 협상 결렬
여론조사 문항·유무선 전화 비율 놓고 '평행선'
논의 길어질수록 단일화 시너지는 하락할 뿐
"이 문제 타결 못 한다면 오세훈·안철수 둘 다 은퇴해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야권 단일 후보 선출 협상이 후보등록 마감일인 19일을 이틀 앞두고 또다시 결렬되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핵심적인 이견을 결국 좁히지 못했기 때문인데, 정치권에선 양 측 모두 '야권'이 아닌 '내가 이겨야만 하는 단일화'를 고집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은 17일 오전부터 오후 9시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여론조사 문항과 유·무선 전화 비율을 둘러싸고 갈등을 지속했다. 난항을 겪던 이들의 협상은 결국 마지막까지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뤄졌다.
우선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서는 국민의당 측이 원했던 '경쟁력 조사'로는 가닥을 잡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대1 가상대결을 돌려 후보를 결정하자는 국민의당 측 입장과 두 후보를 보기에 넣고 '누가 더 경쟁력 있는 후보인가'를 조사하는 것이 맞다는 국민의힘 입장이 엇갈렸다.
최근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이 원하는 박영선 후보와의 1대1 가상대결 방안은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많이 도출됐던 반면, 두 후보만을 보기에 넣고 경쟁력을 물었을 때는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각자에게 유리하다 판단되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쉽사리 절충점을 찾기도 힘든 내용이기에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경 최종 협상 결렬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국민의당에서 요청한 경쟁력 조사는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상대결을 통한 후보 확정은 새로운 방법이고 전례가 없으며 합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문항에 더해 유·무선 전화의 비율을 산정하는 데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보다 정확한 여론 수렴을 담보하기 위해 무선 전화만이 아닌 유선 전화 비율을 10% 정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유선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는 고연령대의 유권자가 응답할 확률이 높아 비율이 높아질 수록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유선 전화 조사의 반영 자체를 '핸디캡'이라 표현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 국민의당 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상대결 방식의 여론조사 문항이 받아들여진다면 유선 전화 비율 도입 부분에서도 일정 부분 수용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태규 총장은 "저희가 중시하는 가상대결을 존중한다면 유선 10%를 포함하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했고, 그게 어렵다면 박영선 후보와 대결해 야권 단일 후보 중 오세훈, 안철수 누가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조항을 사용하되 유선 전화 반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경쟁력 조사와 함께 적합도 조사도 동일하게 50대50으로 해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수정 제안도 드렸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에 오늘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 시간 이후 국민의당 입장을 당과 협의해 내일까지 돌파할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 쪽의 통큰 양보 없이는 당초 양 측이 합의점을 찾은 대로 후보등록 마감일인 19일까지 단일 후보 선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기에 야권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이날부터 이틀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던 계획은 상당 부분 틀어진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나리오대로 후보등록 마감일인 19일을 넘겨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9일까지 협상을 늦춰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를 이뤄낸다 하더라도, 소위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해 플러스 알파의 시너지를 내려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지부진한 협상과 더욱 과열될 양 측의 신경전으로 국민에 피로감만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금 야권 후보들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지지가 여당 후보 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 의지가 강한 이유이지, 오세훈이든 안철수이든 두 인물에 대해 만족해서는 결코 아닐 것"이라며 "자신들의 그런 한계를 알고 짜증나는 실랑이를 빨리 끝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유 평론가는 "정치라는 게 서로 하나씩 불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접점을 찾으면 되는 것인데 뭐가 그리 어렵나"라며 "이 문제를 제 때에 타결할 정치력이 없다면 그냥 둘 다 은퇴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