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인 3인방' 선거 앞두고 결국 하차·사과
남인순, 박영선 캠프 통해 '보도자료'로 입장 내
피해자가 요구한 '당 차원 징계'에 대해서는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던 '3인방'(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 전원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자진 하차했다.
고민정 의원이 가장 먼저 캠프 대변인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고, 이어서 남인순·진선미 의원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성추행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던 만큼 자진 하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와 민주당은 징계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영선의 입'으로 활동했던 고민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떻게 해야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해드릴 수 있을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엄마로서 함께 보듬어야 할 아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숱한 날들을 지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미안함을 전해야 할까 늘 전전긍긍했다"며 "하지만 오늘 이렇게 말씀드린다.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적었다.
고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지 두 시간가량 지나서 진선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 의원은 "늘 부족한 사람이라서 의지하던 존재의 소멸 앞에 피해자의 고통을 포함하여 그 모든 상황을 막아낼 순 없었을까 자책감으로, 무력감으로,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는 아닌 듯 살아가고 있지만 진심을 표현하는 것조차 두려워 망설이기만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제대로 진심을 전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라며 "이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온전한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계 대모'로 불리던 남인순 의원은 가장 늦게 공동선대본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했으나, 그마저도 박영선 캠프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는 것으로 대체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남 의원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기자회견에서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금 박영선 후보 선거 캠프에 제게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3인방'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 및 캠프 퇴출을 요구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남인순 의원에 대해서는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