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모두 적자전환…관광객 제한된 상황에 임대료‧인건비 부담은 여전
규제 푼 중국 정부, 하이난면세점 반 년 만에 4위에서 1위로 껑충
작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면세업계 규모가 절반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국내 대표 면세점 3곳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47% 줄었고, 영업이익은 1조원 가량 감소하면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면세점 3사의 작년 매출액은 7조647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액은 2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 했다.
2019년 3사 매출액이 14조4352억원, 영업이익이 729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매출액은 47% 감소하면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9658억원 감소한 셈이다.
면세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해외 관광객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때문에 대표적인 외화벌이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작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여파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사상 유래없는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와 더불어 제3자 국외 반송 허용, 내수 판매 허용, 특허수수료 감면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근본 해결책인 관광객 입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제1관문으로 불리는 인천공항 면세점도 공실 사태를 면치 못했다. 사업자 입찰에서 3번 연속 유찰되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면적을 일부 확대해 임시로 운영하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일반 관광객 매출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중국 보따리상과 일부 내국인 판매로 매출을 내고 있는데 수익 보다는 자금 회전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어 적자를 감수하고 버티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면세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명품의 경우 입점기간 및 거래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거래 실적을 남겨야 한다. 때문에 관광객이 없고 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일정 부분 구매해야 하는데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이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조원에 달하는 재고 문제까지 겹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거나 그나마 매출이 나오는 중국 보따리상에게 수수료를 쥐어주면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1년 사이 매출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원 가까이 사라진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 해외에서는 면세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코로나 시대 반전 기록을 세운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내수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자국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하이난섬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면세품목과 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하이난섬에서 전체 면세점 중 절반 이상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스위스 듀프리,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에 이어 4위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작년 상반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중국 보따리상이 그동안 국내 면세산업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면세 시장 1위라는 타이틀도 중국에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국내 면세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