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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핵무기 공유(nuclear sharing)를 본격 토론하자


입력 2021.05.11 07:00 수정 2021.05.10 07:47        데스크 (desk@dailian.co.kr)

비핵화가 불가능하면 핵균형이 유일한 대안

위험보다 불가피성에 주목해야할 상황

단순배치가 아닌 핵공유를 주장해야

다양한 핵공유방안 논의해야

미국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전술핵무기 B-61 탄두를 장착한 F-15 전투기 비행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데일리안 DB

지난 5월 7일 ‘한미클럽’에서 유종하, 임성준, 윤병세, 천영우 등 네 사람의 전(前) 외교안보수석들은 북핵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 핵무기의 전진배치를 제시하였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어느 연구원도 저(低)위력 전술핵무기를 중심으로 하는 미 핵무기의 전진배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4월 13일에 발표된 미국 랜드(RAND) 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소 간의 공동보고서에서도 2020년 북한의 핵무기 수준을 67-116개로 평가하면서 미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해주기를 바라면서 아무런 조치도 강구하지 않는 정부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핵화가 불가능하면 핵균형이 유일한 대안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과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개발하여 미국 본토의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 전략핵무기의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위협이 아무리 심각해지더라도 국제적인 비확산(non-proliferation) 제도와 한미동맹으로 인하여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핵무기라도 한반도나 그 주변에 배치하여 북한 핵무기와 현장에서 균형을 달성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유일한 효과적인 방안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핵무기는 이미 냉전시대에 한국에 배치되기도 했다. 1957년 12월 말에서 1958년 1월 초 사이에 미국은 핵무기를 한반도에 반입하였고, 냉전이 종식되는 1991년에 철수하였다. 1960년대 후반에 950여기에 달할 정도로 많은 핵무기를 배치하였고, 8인치 포, 155mm 포, 서전트(Sergeant) 지대지 미사일, 랜스(Lance) 지대지 미사일 등으로 투발(投發)한다는 계획이었고, 한국군도 함께 핵투발 훈련을 실시하였다.


현재도 미국은 유럽에 상당한 핵무기를 배치하여 현장에서 균형을 달성하고 있다. 유럽의 나토(NATO)국가 중 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이태리, 터키의 5개국에 150발 정도를 배치해두고 있다. 이 핵무기의 소유권은 미국에게 있고, 미국 대통령이 최종적인 사용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유럽 동맹국도 핵기획단(Nuclear Planning Group)에 참가하여 핵무기 공격에 관한 제반 사항을 협의하여 결정하고, 핵무기 공격계획을 함께 수립하며, 그들의 공군기가 평소부터 핵투발 훈련을 실시한다. 유럽에서는 이것을 ‘핵공유(nuclear sharing)’이라고 부르고, 나토를 ‘핵동맹”(Nuclear Alliance)’이라고 규정한다. 현재 미국은 기 배치된 다양한 핵무기를 ‘B61-12’라는 하나의 형태로 통합하면서 개량해 나가고 있다.


위험보다 불가피성에 주목해야할 상황


현장에 배치된 전술 또는 소형의 핵무기가 갖는 장점은 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그와 같이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면 상대방에게 대한 억제효과도 높아진다. 미국이 현재 본토에 보유하고 있는 전략핵무기는 너무나 위력이 커서 사용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핵강대국 간의 핵전쟁을 악화될 수 있지만, 전술핵무기는 그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소형 핵무기를 생산하면서 정밀타격 능력을 구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핵폭탄을 정확하게 투발하여 필요한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를 수용하면 북한에 대하여 비핵화를 촉구하는 명분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하지만, 현재로 봐서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최선은 아니지만, 북한의 자발적인 비핵화를 바라면서 무방비로 지속하고 있는 것보다는 미국의 핵무기라도 배치하여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확실하게 억제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다.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바로 철수하면 된다.


단순배치가 아닌 핵공유를 주장해야


한국의 국력이 G-20에 속할 정도로 신장되고, 국민들의 자주의식도 높아져서 냉전시대처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배치한 상태에서 한국이 그의 운용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형태는 곤란하다. 한국도 나토국가들처럼 미국의 핵무기 사용에 동참하는 ‘핵공유’의 형태로 나가야 한다. 다만, 미국이 한국과의 1:1 핵공유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일본이나 호주 등을 포함하는 아시아 지역의 핵공유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시절에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헤이글(Chuck Hagel)도 금년 초에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일본, 한국, 호주로 구성되는 아시아판 ‘핵계획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은 동북아시아판 핵공유체제에 대한 제반 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따른 장단점을 정확하게 식별해볼 필요가 있다. 단점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불가피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핵공유에 대한 미국 정부와 조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여론도 적극적으로 파악 및 수렴해야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실무자들과 이 핵공유 방안의 효과성과 실현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아시아판 핵공유 체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미국·일본·호주 간 아시아·태평양 핵공유체제는 구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이 빠진 핵공유체제를 미국이 추진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쌍방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이 장애일 것인데, 북핵 위협이 심각해질수록 그러한 사항들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한일 간의 문제는 나중에 해결할 수 있지만, 국가안보는 잘못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핵공유방안 논의해야


나토의 경우처럼 한국이나 일본의 영토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시키고, 양국의 공군기로 투발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전형적인 방법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거셀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보다 위험성이 적은 핵공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 핵잠수함의 핵미사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서, 미국은 2019년부터 ‘W76-2’라는 명칭의 소형핵미사일을 전략잠수함에 탑재하고 있고, 소형이지만 정확성을 보장함으로써 손쉬운 사용이 가능하도록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Submarine Launched Cruise Missile) 개발도 시작한 상태이다. 잠수함은 적에게 쉽게 탐지되지 않으면서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무기 공유의 억제 효과가 무척 높아질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도 줄어들 수 있다.


일부 인사들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도 매우 우려할 것이다. 그러나 북핵 위협에 의하여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다른 국가의 입장만을 고려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이 아시아판 핵공유체제를 추진하겠다고 할 경우 이들은 이것을 회피하고자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를 통한 북핵 폐기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사항보다 국가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핵화에서 억제로 전환해야


현 정부인사들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통하여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증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을 활용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였다. 앞으로는 미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도 개발할 계획이고, 한국은 공격하기 위한 전술핵무기도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랜드연구소와 아산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기습공격을 가할 경우 초기에 40-60발의 핵무기를 사용하여 남한을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기약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고대하느라 핵억제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제대로 강구하지 않아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에 대하여 사용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그것을 억제하거나 사용되더라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최악의 사황까지 고려하여 만전지계(萬全之計)를 강구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선의에 기반한 요행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현 정부의 냉정한 현실인식과 각성을 기대한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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