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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꼼수장' 오명 남기고 피고인석 앉나…'수심위 카드' 역효과


입력 2021.05.11 05:00 수정 2021.05.10 20:27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소의견 '8 대 4' 과반 의결…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한 듯

검찰 기소 미루려던 수심위 소집…총장 추천·불기소 모두 물건너가

대내외 신망 잃고 제도남용 비판까지…유임·차장승진 퇴로 막히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고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이 지검장이 검찰의 기소를 미루기 위해 내놓은 '수심위 카드'가 결과적으로 이 지검장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악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심위는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4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한 결과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해 찬성 8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기소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는 찬성 3명, 반대 8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이는 이 지검장의 혐의를 입증할 정도의 물증이 있어 수사를 더 진행할 필요 없이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온 양창수 수사심의위원장은 "양측에서 각자 의견을 설명했고 현안위원들이 충분히 질문했다"며 "분위기는 진지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수심위가 기소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도 부담을 한결 덜고 이 지검장을 기소할 수 있게 됐다. 이 지검장 측은 "수사팀의 편향성이 의심되고 무리한 표적수사를 펼친다"며 맞섰지만, 외부 전문가들도 과반이 기소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수사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특히 수심위를 소집한 당사자인 이 지검장은 입장이 더욱 난처하게 됐다. 애초 법조계는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기 직전에 기소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수심위를 소집하는 편법을 사용했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왔다.


정치권 등 각계에서도 현직 검사장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남용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자신이 속한 검찰 조직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면서 검찰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트렸다는 비판까지 잇따랐다.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한 수심위 카드였지만 결과적으로 이 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고, 검찰의 기소에는 역으로 힘이 실리며 구상이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앞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보다 3기수 선배인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 지검장은 유임하거나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해 검찰 실세로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수심위의 기소 권고로 이 지검장은 피고인석에 앉게 될 처지인 데다 검찰 내부의 신망까지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4·7 재보궐선거 참패 등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현 정권도 노골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 이 지검장 기용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데다 언론에서도 대검이 기소를 결정했다고 나온 시점에서 증거는 이미 충분했던 것"이라며 "이 지검장 측이 어떻게 반응하든 검찰은 더는 미루지 않고 기소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 안팎으로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린 이 지검장을 기용한다는 것은 이 지검장 본인뿐만 아니라 차기 총장과 정부에도 독이 되는 일"이라며 "특히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법 집행을 총괄하는 지검장직에 유임한다는 것은 여권 전체에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사무총장인 박주현 변호사는 "애초 수심위는 기소의 필요성이 모호한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한 자리지만, 이 지검장은 혐의가 뚜렷했고 기소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너무나 뻔했다"며 "지검장이 피고석에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이 지검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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