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독박’ 쓴 NH투자증권, 소송전 예고
책임 소재 둘러싼 진흙탕 공방서 금감원 뒷짐
“옵티머스 펀드 시즌 1은 종료됐습니다. 주인공이 원금 반환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실천한다는 내용으로 끝이 났지만 시즌 2는 소송이 메인스트림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얘기가 전개됐으면 좋겠습니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 25일 오전 임시 이사회 이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옵티머스펀드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이후 8차례의 이사회 논의를 거친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와 기자들의 관심은 향후 NH투자증권의 소송 계획에 쏠려 있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회사측 관계자들은 이날 ‘역할’과 ‘책임’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정 사장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고객자산 증식을 위해 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수탁·사무관리·판매 등을 담당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옵티머스 독박’을 쓴 NH투자증권이 금융기관 간 소송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법정 다툼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각 금융사들은 대규모 소송 리스크를 떠안은 것과 동시에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게 불가피해졌다. 소송규모가 4000억원이 넘는 싸움에 불을 붙인 것은 금감원이다. 그러나 정작 이 불명예스러운 무대에서 금감원은 빠져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부실 감독 책임론을 덮기 위해 금융사 CEO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무거운 공기 속에서 간담회는 끝이 났다. NH투자증권 본사를 빠져나와 금감원 본원 건물 앞을 지나는 동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등 최악의 금융 스캔들이 벌어졌지만 감독기관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금감원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동안 수탁사와 판매사만 치고받는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연출됐다.
금융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가운데 감독당국의 책임 떠넘기기는 업계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금감원은 먼저 사모펀드 사기 사건을 초래한 수년 간의 부실 관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현재 금감원이 휘두르고 있는 규제의 칼날은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