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얼굴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 수상
배우 공승연이 첫 장편영화 데뷔작 '혼자 사는 사람들'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공승연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도전이었다. 장편영화 데뷔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나가야 했고,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정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유진아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편 '굿 파더'(2018)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승연은 극중 콜센터 상담원이자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인물 유진아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나한테 들어온 대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제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었는데 유진아는 차분하고 무표정으로 일관된 캐릭터였죠. 섬세한 감정 연기는 많이 해보지 않아 걱정이 됐어요. 감독님께 '저 정말로 괜찮아요?'라고 물어봤더니 목소리 때문에 캐스팅 했다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해주셨어요. 그 때부터 용기를 가지고 임하기로 했죠."
공승연이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진아를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서였다. 자신조차도 공승연의 유진아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고 한다. 공승연은 자신의 새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시작해 성장했다는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임을 강조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진아의 모습을 찾아갔어요.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표현하기 힘들더라고요. 편집본을 보고 감독님의 디렉션을 최대한 믿고 따라가는 것이 제 방법이었어요. 결과물을 보니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성장했다는 걸 가장 많이 느낀 작품입니다. 한동안은 이 원동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승연은 유진아의 내면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 외에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서도 온전히 유진아가 되기로 했다. 집과 회사 생활 밖에 하지 않는 유진아의 성향을 고려해 공승연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화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민얼굴로 촬영하는게 더 진아와 어울릴 것 같았어요. 진아는 쇼핑도 안하고 옷도 셔츠 몇개를 돌려입거든요. 진아가 입고 나오는 아우터와 셔츠는 홍승은 감독님 옷이기도 해요.(웃음) 제가 사실 실제로 꾸미는 일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연기하기는 오히려 편했어요. 담배는 한 달 동안 배웠는데 디테일이 부족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아요. 장초를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죠.(웃음)"
공승연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 작업 과정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라 스태프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함께 밥도 먹으면서 가까워졌다. 드라마 현장에서는 해볼 수 없던 경험이었다.
"소규모 영화다보니 작은 공간에서 감독님, 스태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어요. 드라마는 사람도 많고 장소고 넓어서 스태프들과 인사만하고 가까워지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영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서로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라 뜻 깊었어요."
그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로 배우상을 수상했다. 데뷔한 후 연기로 받은 첫 상이었다.
"뉴 스타상, 아이콘상 이런 건 받아봤는데, 제가 배우상을 받으니 너무 벅찼어요. 배우로서 길을 잘 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어요. 소감을 준비했는데 하기도 전에 눈물이 터져나와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어요. 아쉬워요.(웃음)
공승연은 촬영 전, 주변에 있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혼자 잘 살아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 과정이 유진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으며, 인간 공승연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혼자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실제 고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고요. 진아를 비롯해 제 곁에 있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도 들었어요. 또 주변을 둘러봐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배우가 되는 것'에 목표를 뒀던 공승연은 이제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공승연에게 새로운 지지대가 되어준 작품이다.
"사실 그 동안은 '저 배우라는 걸 하고 있어요'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배우를 포기하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오기로 연기했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배우로서 의미있게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단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이 목표를 잊지 않고 나아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