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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새끼를 건드려” 17km 쫓아가 복수한 남극 펭귄


입력 2021.06.10 14:00 수정 2021.06.10 14:10        민병무 기자 (min66@dailian.co.kr)

장보고기지 인근서 도둑갈매기 둥지 공격 희귀장면 촬영

알 밟아서 터뜨리기도…극지연 “우발적 행동 가능성 높아”

아델리펭귄들이 이례적으로 남극도둑갈매기 둥지를 공격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감히 내 새끼를 건드려...” 남극에서 아델리펭귄이 17km를 쫓아가 남극도둑갈매기의 둥지를 습격하는 희귀한 장면이 포착됐다. 심지어 알을 밟아서 떠뜨리는 등 이례적 행동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케이프 뫼비우스에서 아델리펭귄들이 남극도둑갈매기 둥지 3곳을 공격하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희귀한 장면’은 김정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찍혔다.


케이프 뫼비우스가 위치한 남극 로스해 일대는 전 세계 아델리펭귄의 약 32%가 번식하는 곳으로, 아델리펭귄의 알과 새끼를 사냥하는 도둑갈매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 속 아델리펭귄들은 둥지를 급습해 도둑갈매기를 쫓아냈고 심지어 알을 밟아서 터뜨리기도 했다.


아델리펭귄들이 이례적으로 남극도둑갈매기 둥지를 공격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이처럼 아델리펭귄이 남극도둑갈매기 둥지를 공격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펭귄은 다른 조류의 알이나 새끼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격이 발생한 곳도 아델리펭귄의 집단 서식지에서 17㎞ 정도 떨어진 곳이다.


연구팀은 “호기심이 많고 호전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아델리펭귄의 무리가 다른 침입자에게 보내는 도둑갈매기의 경고음에 이끌려 접근했다가 우발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냥 등 특정 의도를 갖고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다양성(Diversity)’ 특별호인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물다양성’ 5월호에 게재했다.


김정훈 책임연구원은 "천적을 공격하는 아델리펭귄의 이번 사례처럼 남극 생태계에는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다"며 "무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남극동물들의 행동과 생태의 비밀을 풀어내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민병무 기자 (min6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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