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우리는 어느 쪽이든 준비"
통일부 "대결뿐 아니라 대화 준비 언급에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정책과 관련해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강조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결이 다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대화·대결 언급에 외교·억지라는 '상호주의 대응'을 거듭 강조한 반면, 한국은 대화에 주목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와 관련해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대화에도 준비되어있다고 언급한 데 주목하며, 이러한 입장이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 과정에서 대외노선으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대화 언급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향후 전원회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북한의 후속조치를 주시하면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남북 간 인도주의적 협력 그리고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대결을 언급한 데 대해선 "'대결뿐만 아니라 대화에도 준비되어있다'고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대결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며 "그동안 정부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밝혀온 대로 한편으로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견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이러한 입장들이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 김 "만나자는 北 답변 기다릴 것"
설리번 "협상 시작하자는 北 신호 기다려"
한국을 찾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 협의에서 "김 위원장이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했는데, 우리는 어느 쪽이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아시다시피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만나자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곧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상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대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북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것은 방한 기간 동안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위한 '전향적 유인책'을 공개적으로 제시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각)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대화·대결을 모두 언급한 것과 관련해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잠정적인 길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더 직접적인 의사소통 같은 후속조치를 취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그 방향(협상)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 여부에 대한 평양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며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보낼 수 있는 분명한 신호는 "'예스, 해보자, 앉아서 협상을 시작하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