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41대1…이준석 직접 심사위원석 앉아 압박면접
42년생 민계식 씨 "퇴직했지만 나라가 파멸로 가서 지원"
오세훈 지지 연설 화제 양준우 씨 "국민의힘 미래 보인다"
고등학생 천유비 군 "전교조 선생 편향 교육에 참여 결심"
14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국민의힘의 대변인단 선출을 위한 '토론배틀'의 2차 압박면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시작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준석 대표가 직접 심사위원석에 앉아 서류심사를 거친 150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이날 면접은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조수진·배현진·김용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언론인 출신의 김은혜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2인1조로 4분씩 진행된 면접을 마치는 데 한나절 이상이 소요됐다.
면접은 사실상 블라인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에게도 각 참가자의 이름과 생년월일만이 제공됐으며 현장에서의 질의응답을 통해 대변인으로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높은 경쟁률을 통해 큰 관심을 불러모았던 만큼, 특이한 이력의 참가자들에게 언론의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1942년생으로 이번 토론배틀 지원자 중 최고령이자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민계식 씨는 면접을 마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제가 경영했던 회사를 세계 제일의 조선회사로 만들었고, 우리나라는 압도적인 조선해양 강국이 됐다. 퇴직하고 여유롭게 살려고 했는데 나라가 파멸로 가고 있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원한 것"이라 언급했다.
심사위위원들은 면접 과정에서 민 씨의 나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씨는 "나이 이야기는 없었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청춘은 생리적인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제 생각은 아직도 청춘"이라 전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연설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25세 양준우 씨도 면접장에서 포착됐다.
양 씨는 "재보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탄핵의 강을 건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좋아서 지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전이 생겼다 생각해 그 움직임에 일조하고 싶어서 지원한 것"이라 말했다.
청춘 남녀들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던 장천 변호사는 "지금까지 정당 정치에 거리감이 많았는데 일반 국민들도 응원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언급했다.
방송인 임백천 씨의 아내 김연주 전 MBC 아나운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국민의힘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미력이나마 보태려 지원하게 됐다"며 "(사전에 이름이 많이 언급됐지만) 신상같은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2003년생 최연소 지원자 천유비 군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고령 지원자로 알려진 1942년생 민계식 씨와 61년의 나이차가 있어 이목이 집중됐다.
천 군은 "아무래도 다른 분들에 비해 사회 경험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록 어리지만 개혁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천 군은 2학년 때 만난 전교조 선생님의 편향된 수업 내용을 들으며 정치 참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그는 "한 전교조 소속 영어선생님이 6·25 전쟁에 대해 미군의 '남침유도설'을 얘기했고,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해 증거도 없이 전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일베로 낙인찍는 행태를 보였다"라며 "그런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여기에 지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여성 참가자 이 모씨는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 역할을 받고 싶어 지원했다"며 "4분의 짧은 시간 덕분에 오히려 실력으로 평가받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복수의 참가자들은 이날 인상 깊었던 면접 질문으로 "심사위원석에 문재인 대통령이 앉아있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지금 당장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논평을 발표해야 한다면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 출신인 25세 박성민 신임 청와대 청년비서관의 임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꼽았다.
이준석 대표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분들이 많다. (본선에 진출할) 16명을 추리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1942년생 지원자가 당 대변인이 되는 것도 파격이고 2003년생이 되는 것도 파격"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면접을 통해 본선 참가자 16명을 선발한 후 27일 16강, 30일 8강 토론배틀을 개최한다. 다음달 5일 최종 경쟁을 통해 대변인 2명과 상근부대변인 2명을 최종 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