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보내온 모든 달들: 6월' 6월 22일 발매
아티스트들은 특정한 상황이나 경험이 주는 장면을 통해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듣는 사람들에게 또 다시 어떤 상황이나 장면을 그리도록 한다. 이것은 아티스트들이 가진 특권이자 재능이다. 자신들이 보고, 들은 장면을 음악으로서 이야기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밴드 뒤공(보컬 이승호, 기타·작사·작곡 박한) 역시 자신들은 ‘장면을 노래하는 밴드’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동혁이가 내라고 해서 낸-EP’로 데뷔해 매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시리즈성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앞서 ‘장안동’ ‘구미동’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는 ‘보내온 모든 달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앨범을 내놓았고, 지난 22일에는 ‘보내온 모든 달들: 6월’을 발매했다.
-2017년 밴드 뒤공이 탄생했죠.
저희 둘은 대학교 동기입니다. 음대를 다니며 서로 자연스럽게 합주와 공연을 하며 서로의 스타일을 알아갔고, 같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3년간 같은 원룸 건물에서 자취를 하며 오가던 사이인지라 어찌 보면 서로를 필요 이상으로 잘 알고 있는 사이입니다. 보컬인 이승호는 SBS ‘케이팝스타 시즌1’에 출연해 ‘독한 사랑’이라는 자작곡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뒤공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각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이승호: 고등학교 때 시작한 밴드부로 우연히 서게 된 무대에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이후 무대에 설 때마다 느껴지는 행복감은 다른 무언가와 비교하기 힘들었고 당연히 너무 하고 싶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무대 아래서 들어주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행복합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좋은 노래들을 부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한: 저 역시 무언가를 만드는 것, 창작활동을 너무 좋아합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글쓰기, 종이접기, 간단한 목공예, 가죽공예 등등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그중에서 음악에 가장 매료되었고, 그렇게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말보단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저에게 제가 쓰는 음악은 저를 표현하는 자기소개서와도 같습니다.
-팀명 ‘뒤공’(뒤에 있던 공작새)은 무슨 의미인가요?
사실 팀명이 가장 어려운 거 같습니다. 의미를 너무 부여하자니 촌스러워지고 너무 쿨하게 가자니 성의가 없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는데요. 뒤공이라는 팀명은 사실 후자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너무 멋있는 이름을 원하지 않았던 저희는 공연 후 뒤풀이 자리에서 ‘우리는 뒤풀이하려고 공연하는 거 같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뒤풀이하려고 공연해요’를 줄여서 ‘뒤공’이 됐죠(웃음). 어감도 맘에 들고 발음도 맘에 들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쓰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뒤에 있던 공작새들’이라는 팀명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뒤에서 숨어있는 화려한 공작새’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는 그냥 ‘뒤공’이라는 단어 자체 이상의 의미는 없는 거 같네요. 하하.
-멤버들끼리 함께 지내다 보면, 음악 작업 외 일상에 있어서도 각자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을 것 같아요.
밴드마스터인 제가(박한) 대부분의 일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작곡·작사·프로듀싱을 도맡아서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보컬 이승호의 의견을 참고하여 결과물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완성된 곡들은 이승호의 보컬로 마무리가 됩니다. 제가 멘탈이 많이 약한 편인데, 승호는 곰 같은 느낌이라 저의 멘탈 관리에도 도움을 주곤 합니다(웃음).
-새 앨범 ‘보내온 모든 달들: 6월’을 발매했죠.
월간이라는 형식으로 곡을 내다보니 매달이 조금씩은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5월에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산뜻한 왈츠를 발매했는데 6월은 ‘오후의 왈츠’와는 대비되는 시원한 고음과 캐치한 멜로디로 여름을 표현했습니다. 후렴부에 나오는 웅장한 드럼 소리와 합창단스러운 코러스가 그 점을 더 부각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보내온 모든 달들’ 시리즈죠. 올해 1월부터 매달 앨범을 내고 있는데, 매달 앨범을 발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곡을 꽤 빨리 쓰는 편입니다. ‘보내온 달’ 프로젝트 전 ‘장안동’과 ‘구미동’ 프로젝트를 작업하며 느낀 점은 아무리 오랜 시간을 쏟아 부어도 발매를 하고나면 부족한 점이 계속해서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객관성이 부족해지고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했고요. 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럴 거면 정말 단순명쾌하게, 수정 없이 처음 느낌 그대로 직관적인 노래들을 계속해서 발매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곡 작업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저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보내온 모든 달들’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타이틀곡 ‘Adolescent Lovers’는 어떤 곡인가요.
‘Adolescent’는 유년기라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10~19세 사이의 아이들을 유년기라고 하는데 전혀 로맨틱하지도 시적이지도 않은 이 단어 뒤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더해지면 달라집니다. ‘all-consuming experience of falling in love’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모든 걸 소모할 정도로 강렬한 사랑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학 서적에서나 나올법한 단어 뒤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더하면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소녀는 설레는 감정에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 멍청하지만 정말 순수한 그런 감정을 뜻하는 단어가 됩니다. 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해보았던 이런 처절한 사랑, 다시는 못해볼 거 같은 이 감정을 조금은 강렬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가사를 모두 영어로 쓴 이유도 있는 건가요?
처음으로 영어 가사를 사용했는데 전체적으로 팝송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실 우스갯소리로 ‘한국 아티스트 중에 영어 가사로 노래를 내도되는 사람은 방탄소년단과 백예린뿐’이라는 말이 있는데 영어 가사가 주는 독보적인 분위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뒤공의 팬들 중에서는 해외팬 분들도 있으니까요. 하하.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제가 먼저 기타를 잡고 코드를 치며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형태로 곡을 스케치합니다. 여기서 가사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어떤 멜로디에는 그 멜로디를 위해서 쓰여진 듯한 가사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치찰음의 발음과 부드러운 ‘ㅇ’ 계열 모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사는 멜로디가 필요 없을 정도로 멜로디컬하며 거기에 맞춤옷 같은 멜로디가 더해지는 순간 곡은 완성이 됩니다. 가사와 멜로디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후 녹음을 하고, 악기를 추가하고, 편곡을 하고, 디테일을 잡아가며 연필 스케치 위에 물감을 더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은 여러 절차를 거친 후에 여러분 앞에 서게 됩니다.
-음악에 대한 두 분의 의견이 자주 나뉘는 편인가요?
의견은 항상 다양합니다. 뚜렷한 주관으로 인해 대립하는 방식보다는 여러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그중에서 몇 가지를 채택해 진행하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이 저희의 주된 생각입니다.
-이번 앨범 작업 중에 기존과는 달리 차별점이 있다면요?
가장 큰 차별점이라 하면은 영어 가사가 될 거 같습니다. 단순히 가사의 언어가 바뀐 것이 아닌 영어 가사로 작곡을 함으로써 영어 가사가 주는 느낌과 발음 그리고 팝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악기 부분을 단순화하고 멜로디와 보컬코러스를 강조하며 직관적이고 단순한 악기들로 더해주는 형태로 작업을 했습니다. ‘Less is more’를 곡에 적용한다면 이런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앨범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모든 곡에는 작성자가 의도한 어떠한 메시지가 있을 겁니다. 다만 저는 곡을 듣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의도한 메시지는 최대한으로 적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가끔은 원작자의 의도를 알면 더 이해가 되고 작품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어떨 때는 제가 직접 한 해석이 더 마음에 들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원작자의 추가설명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요. 100명이 듣는다면 100개의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뒤공은 대중들에게 어떤 밴드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저희는 ‘장면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습니다. 특정한 상황이나 어떠한 경험이 주는 그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쓰듯이, 반대로 저희 곡들을 들으면 어떠한 장면이 그려지는, 그런 노래들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곡 작업을 할 때 필요 이상으로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거 같습니다. 듣는 이가 누구든, 그려지는 장면이 어떠하든, 노래를 듣고 파생되는 감정들이 얽혀 모여 기분 좋은 상호작용을 한다면 저희는 그것만으로도 계속해서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이유가 됩니다.
-다른 밴드와는 다른 뒤공 만의 매력은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모습인거 같습니다. 특히 이번 ‘모든 달’ 프로젝트를 하며 상상하지 못했던 장르들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매력이 남달라서 개인적으로 맘에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공의 사운드는 지속적으로 들리는 것 또한 좋습니다. 사실 여러 장르를 시도하면서 정체성을 잃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제 능력이 그렇게까지 다양하진 않은 거 같기도 합니다(웃음).
-뒤공의 향후 음악 방향성도 궁금해요.
곡을 발매하면 감사하게도 여러 팬분들이 DM으로 피드백을 주시곤 합니다. 대부분 너무 과할 정도로 좋은 표현들이라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요. 이번 ‘모든 달’ 프로젝트는 그 부분에서 참 좋은 게 달마다 조금씩 다른 장르들을 발매하면 그때마다 오는 피드백들이 새롭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참고해서 프로젝트의 모티브가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였다면 이후에 진행될 프로젝트들은 ‘특정 장르를 집중적으로’가 될 것 같습니다.
-콘서트에 대한 팬들의 갈증이 높을 것 같아요.
우선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악기들과 편곡에 어우러진 음원을 즐기셨다면 어쿠스틱 공연에서는 보컬과 곡 자체의 멜로디와 가사에만 집중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 같아요.
-밴드 뒤공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 별다른 바람을 갖는 건 아직까지도 낯설기만 하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