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안건조정위 의결 이어 전체회의 통과…시행 눈앞
부처 간 이견 속 의결…방통위 “공정위와 의견 조정 가능”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구글 갑질 방지법’이 20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터넷업계에서는 구글의 정책이 본격 시행되기 이전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태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미리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가 지연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이날 오전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된 뒤 같은 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험난했던 상임위 문턱을 비로소 넘게 됐다.
공정위-방통위 ‘중복규제’, 부처 간 협의로 조정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중복규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형성됐다. 공정위는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금지 규정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와 중복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위와 방통위 규제에 동일한 법 위반 행위가 들어 있는데, 이를 공정거래법과 일관되게 적용할 건지 앱마켓만 고유하게 적용할 건지 방통위 측으로부터 들은 바 없다”며 “왜 같은 기준을 두 개 규제기관이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방통위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발생하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을 공정거래법으로만 따로 떼어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가 그동안 신생산업 발전 측면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해온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앱마켓 등 플랫폼 사업자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규제들은 도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는 배제되고 공정위만 개입하는 과정에서 과징금 처분이나 중대 사안만 접근하게 되면 규제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중복규제 문제는 차후 집행과정에서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은 시행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 우선한다고 돼 있지만, 방통위 실태조사 결과를 가지고 독점, 반경쟁 분야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 의뢰를 요청하면 해결되는 것”이라며 공정위 이견에도 안건조정위에서 그대로 법안을 의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인터넷업계는 즉시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앱마켓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을 일원화해 결제수단의 다양성을 막고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의 독점력을 이용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에서 부당함을 지적해왔고 이러한 글로벌 기준의 상식이 드디어 국회에서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 본회의 등 남은 입법 과정도 차질 없이 7월내 조속히 진행돼 대한민국 콘텐츠업계와 20~30대 콘텐츠업계 종사자를 보호 해주시길바란다”며 “해당 입법 관련해 콘텐츠 생태계와 그 안에 있는 젊은 창작자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업계 차원에서 협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기협 “남은 입법 과정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구글이 올해 10월로 예정된 인앱결제 강제 시행을 내년 4월로 돌연 연기하면서 법안 처리 과정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여당이 여전히 강력한 처리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당초 정책 시행 시점인 10월 이전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구글이 인앱결제 도입 시기를 늦추며 규제기관과 입법기관에 협상 아닌 협상안을 내밀고 있다”며 “향후 많은 혜택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 시점과 수수료율 퍼센트가 아닌 ‘강제’를 한다는 자체를 문제로 봐야 한다”며 “그게 해결되지 않는 한 입법 논의는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야당 의원들은 TBS의 ‘감사청구권’ 상정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 모두 불참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 10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국내 앱 생태계 보호와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있어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여당이 강행처리 수순을 밟아왔다”며 “민주당은 강행·일방처리의 나쁜 유혹에서 지금이라도 벗어나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