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장비·시스템 먼저 지원하고
코로나 백신은 여건될 때 추진"
통일부는 30일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방역 물자와 백신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 백신접종률이 13.8%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백신 지원에 앞서 마스크·손 소독제·진단키트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방역물품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약 30가지의 대북의제를 정리하고 있다며 "백신 지원도 리스트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경우에 따라 백신과 방역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면 방역 장비·시스템 관련(지원)을 선행하고 백신 문제는 서로 여건이 맞을 때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대북 백신지원과 관련해 2~3가지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 형성 △우리 국민의 공감대 확보 △북측의 수용 의사 등을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 백신지원과 관련해 "부족할 때 나누는 것이 진짜 나누는 것"이라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는 만큼, 국내 여건 조성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장관은 국내 백신물량이 미처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지원 의사를 피력해 도마에 올랐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측이 지금 방역 상태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자신들의 방역 전략 속에서 백신 관련 대외협력 과정을 어떻게, 어느 시점에 가져갈 것인지도 중요하다"며 "우리가 특정 시점을 정해놓고 얘기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북한이 전 세계적 델타 변이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북한의 수용 의지에 따라 백신지원 성사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당국자는 "정부 안에서 이를(백신지원을) 검토한 바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없다"며 "우리에게 그런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협의 통해 우선 추진 의제 정할 것"
"코로나 상황…연합훈련 연기 바람직"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약 30가지로 추려뒀다는 남북의제 중 중점을 두고 추진할 의제에 대해선 "(북측과) 리스트를 교환하며 접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우선순위 의제를 먼저 언급했다가 북측에서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의제 리스트를 정리하고 난 뒤 (북측과) 협의를 통해 순서를 정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연락통신선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화상회담 △대북 인도적 지원 △실향민 금강산 개별방문 △철도·도로 연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통일부는 이날 화상회담 시스템 구축을 북측에 제안했다고 밝히는 한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10개월간 중단됐던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물자 반출 2건을 승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다음달 개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선 "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미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온 북한은 연합훈련을 '침략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훈련 취소를 지속 요구해왔다.
해당 당국자는 "코로나 상황만 놓고 보면 정상적 훈련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지 말고 연기를 검토해 보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일 700~8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를 꾀했던 정부 정책 영향으로 전 국민이 4차 대유행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대북구상이 '유일한 수혜자'가 될지 주목된다.